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의 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간 비밀 접촉이 이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몇 달간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담당 보좌관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기와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대화의 목적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경고해 확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 같은 접촉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논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이들 당국자는 덧붙였다. 구체적인 회담 날짜나 통화 횟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샤코프는 앞서 주미 대사를 지냈으며, 미국 전·현직 당국자들에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전달자'로 인식되고 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설리번 보좌관의 러시아 정부 측 상대방이다.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이전과 같은 대미 외교 접촉은 축소돼 왔다.
백악관은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오면서도 러시아와 어느 정도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상호 간 안보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전직 미 당국자들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냉전 시대 이후 가장 얼어붙은 만큼 양측이 접점을 유지하는 게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 전직 관료는 “핵무장 국가들은 공개 소통 창구를 유지하는 게 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우발적 충돌이나 전쟁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백악관 참모 중에서도 러시아와 통신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인사라고 여러 미국 당국자들은 전했다. 반면 행정부 내 일부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러시아와의 대화가 별로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