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높은 가격에 사줘 이익을 몰아준 한국타이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부당 지원을 받은 계열사는 매출과 점유율이 상승했으며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범 회장, 조현식 고문 등은 100억원대 배당금을 챙겼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그룹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이하 MKT)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혐의로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 조치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 동안 원가가 과다 계상된 신단가 정책을 통해 타이어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MKT를 지원했다.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가 50.1%, 조현범 회장이 29.9%, 조현식 고문이 20.0%의 지분을 가진 MKT홀딩스를 설립해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인수하고, 2011년 한국타이어그룹 계열로 편입했다. 계열편입 직후 한국타이어는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물량을 줄이고 MKT의 거래 물량을 증대시켰다. 이로 인해 MKT의 영업실적은 크게 개선됐으나 비계열사의 불만이 증대됐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몰드 제작 난이도, 인치별로 가격을 세분화하는 단가 정책을 수립했고 MKT가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했다. MKT가 판매단가 기준 25%의 이익을 기본으로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했다. 여기에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MKT에 몰아서 발주하고 인상 효과가 작은 유형의 몰드는 비계열사에서 발주하는 '꼼수' 정책도 병행했다. 한국타이어는 자체 조사를 통해 신단가 정책을 시행하면 다른 몰드사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약 15% 높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의 지원 행위로 MKT의 경쟁 조건이 부당하게 제고되고 가격 경쟁도 훼손됐다고 봤다.
MKT는 지원기간 동안 42.2%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했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국내 몰드 제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14년 43.1%에서 2017년 55.8%로 상향됐다.
지원행위에 따른 MKT의 이익은 총수 일가에게 돌아갔다. MKT는 2016년과 2017년 조현범 회장에게 65억원, 조현식 고문에게 43억원 등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MKT는 MKT홀딩스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인수할 때 차입한 348억5000만원도 떠안아 2015년 상환을 완료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타이어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 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취득한 후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신단가 정책의 핵심은 원가 과다계상과 가격 인상인데 조현범 회장이 직접적으로 지시·관여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