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를 배출한 글로벌 100대 대학에 한국은 서울대 한 곳만 이름을 올렸다. 80위대로, 하위권이다. 창업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낮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발표한 '세계 스타트업 창업자 배출 대학 톱100' 순위에서 서울대가 82위를 차지했다. 조사는 2012년 1월 1일부터 2022년 10월 21일까지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창업자 기준으로 14만40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1위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차지했으며, UC버클리,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펜실베이니아대가 뒤를 이었다. 미국 대학이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 가운데에서는 이스라엘 텔아이브대가 7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이스라엘은 창업 국가답게 테크니온이스라엘공대(15위), 히브리대(31위), 라이히만대(38위), 벤구리온대(45위) 등 여러 대학이 포진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복수 대학이 순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서울대가 유일하게 82위로 100위권에 포함됐다. 서울대는 182명의 창업자와 157개 회사를 배출했다. 토스, 센드버드, 몰로코, 그린랩스, 세미파이브 등이다.
서울대가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순위가 한참 낮았다.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가운데에서도 낮은 편에 속했다. 중국은 칭화대(36위)와 베이징대(62위)가 이름을 올리며 신흥 창업 강국임을 보여 줬다. 인도는 델리대(68위)와 뭄바이대(71위),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국립대(73위)가 뽑혔다.
국내 대학 순위가 낮은 이유로는 창업보다 취업을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꼽힌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미국과 유럽을 보면 많은 대학이 도시 창업 생태계와 연계하고, 창업 생태계를 뒷받침한다”면서 “반면에 우리 대학과 도시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선후배 창업자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도 한계”라면서 “대학 창업이 교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업 지원 인프라와 제도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많은 대학에서 조기 취업자는 학점을 인정해도 창업자는 학점을 인정하지 않아 졸업하기도 어렵다”면서 “대학에서 첫 창업에 실패하면 이후 취업도 재창업도 어려워지는데,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