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방역수장의 처신

2022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2022년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방역 정책 최전선을 담당하는 질병관리청에 긴장감이 감돈다. 코로나 재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을 이끄는 청장이 연일 구설에 올라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부임 초기부터 논란을 일으키며 어렵게 취임했다. 청장과 배우자가 보유한 바이오 관련 주식이 직무와 관련돼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자료를 불성실하게 제출하는 등 국회 요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주식을 취임 이후에야 처분하는 등 적절치 못한 처신도 기름을 부었다. 최근에는 백 청장 남동생이 진단키트 업체 사외이사 후보자에 응모하면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 “누나가 질병청장”이라고 적시,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백 청장은 “3자에 의해 제출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논란이 불거진 자체로 청장 위신에 금이 갔다. 이쯤 되면 야당이 백 청장을 고발키로 한 것에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깎아내리기 어렵다. “오죽하면 여당도 막지 않았을까?”라는 말이 국회 주변에서 나온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올해 겨울은 코로나19는 물론 독감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 방역당국은 지난해와 다르게 거리두기 없이 유행에 대응할 방침이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와 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질병관리청 수장의 신상 논란으로 에너지를 소모할 때가 아니다.

백 청장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지금이라도 국회 요구를 전격 받아들여서 자료를 제출하고 의혹을 불식시키든지 공직 생활을 그만두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한다. 공직을 수행하는 이들은 높은 공정성과 청렴을 요구받는다. 더군다나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응을 진두지휘해야 할 이들은 몸가짐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전임 청장은 코로나 팬데믹 도중에 모친상을 치르면서 주위에 알리지도 않았다. 개인적인 일로 방역 최전선에서 근무하던 이들의 부담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준까진 미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직무에 따른 경제적 이해관계 논란은 없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