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우주의 수많은 모습을 담아온 허블 우주망원경이 이번에는 별이 죽은 지 불과 몇시간 만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다고 9일(현지시간) 미국 우주과학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이 전했다.
당초 이 장면은 지난 2010년 허블이 지구로부터 약 50억 광년 떨어진 고래자리에 위치한 은하단 ‘아벨 370’을 관측하던 중 찍은 사진에서 발견됐다.
박사후 연구원 웬레이 첸이 이끄는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은 허블 등 우주망원경 데이터에서 중력 렌즈와 관련한 일시적인 현상을 찾았는데, 바로 아벨 370의 중력 렌즈 사이에서 관측된 이 초신성 폭발이다.
은하와 은하단 같은 거대한 천체들의 중력으로 매우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이 굴절돼 관측되는 현상을 ‘중력 렌즈’라고 한다. 이를 통해 사용한 우주망원경의 성능으로는 관측할 수 없는 천체의 빛까지 잡아내기도 한다.
초신성 폭발은 태양보다 10배 정도 무거운 별들의 죽음을 장식하는 장엄한 피날레다. 태양이 평생(100억년) 동안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면서 태양 10억 개 밝기로 빛나는 초신성(Supernova)이 된다.
초신성 폭발은 쉽게 나타나는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중력 렌즈 현상이 일어나면서 난데없이 115억년 전 초신성 폭발을 포착해낸 것이다. 참고로 허블의 순수 성능으로는 이 빛을 포착할 수 없다. 허블이 가장 멀리 본 것이 100억년 전 우주다.
연구진은 허블의 데이터를 입력한 모델의 밝기, 색과 같은 세부 사항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초신성이 된 원래의 별을 태양의 약 530배 직경을 가진 적색 초거성으로 추측했다.
허블이 포착한 장면은 초신성 폭발 후 단 6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이틀 후, 8일 후의 모습도 함께 포착됐다. 초기에는 파란색(온도가 더 높음)으로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파란색(온도가 더 낮음)으로 변하고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거성의 중심이 붕괴되고, 폭발이 일어나며 뜨거워지고, 차가워지는 장면까지 모두 담긴 것이다.
적색이동(redshift)을 근거로 연구진은 이 초신성의 나이를 115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적색이동은 빛의 스펙트럼선을 통해 파장을 확인하였을 때, 기존에 알고 있는 파장보다 긴 파장이 확인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지구의 과학자들이 관측한 초신성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먼 기록 중 하나다.
연구진은 “만약 이와 비슷한 초신성이 실제로 발견된다면, 우리팀이 제작한 모델링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