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빈 조개 껍데기를 다른 문어에게 정확히 던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문어가 사회적인 동물임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어 관심이 쏠렸다.
9일 미국 과학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진은 이날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문어의 특이한 행동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호주 저비스만 인근에 수중 카메라를 설치하고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이곳에 사는 문어(Octopus tetricus)를 24시간 동안 촬영했다.
영상에는 약 10마리의 문어가 등장했는데, 연구진들은 이 문어들이 사물을 집어 던지는 모습을 102차례나 확인했다. 어떨 때는 사물이 문어 몸통의 수배 멀리 날아가기도 했다.
문어가 던진 사물은 조개 껍데기, 모래 뭉치, 해조류 조각 등 다양했다. 그들은 먼저 주변의 모래나 조개 껍데기를 팔로 모은 후, 사이펀(siphon, 물을 들이 키고 뿜어내는 튜브 모양의 기관)으로 물을 쏘는 방법을 통해 사물을 집어 던졌다.
이 중 다른 문어를 맞춘 경우는 총 17차례였다. 연구진은 이리저리 사물을 던지다가 우연히 맞췄을 가능성보다는 ‘일부러’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던지기 직전, 사이펀이 특이한 위치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준비 자세가 달랐다.
또, 문어가 검은 몸 색깔을 띠고 있을 때 사물을 보다 강하게 던지는 경향이 있고, 이 때 명중률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어는 상황에 따라 몸 색깔을 바꿀 수 있는데, 공격성을 드러낼 때 빛깔이 어두워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밌는 점은 문어가 사물을 던지려는 듯한 준비 자세를 취하면, 상대 문어 역시 이에 반응해 자세를 바꿨다는 점이다. 상대 문어는 몸을 숙이거나, 사물을 던진 문어가 있는 방향으로 팔을 올리기도 했다.
던지기 행동은 암수 모두에서 관찰됐지만, 이중 66%는 암컷에 의해 일어났다. 던지기 행동의 절반 정도는 다리를 더듬어 서로 탐색하거나 짝짓기를 시도하는 등 상호 작용을 하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문어의 던지기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 외에도 물건을 던지는 동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의 맥락 속에서 같은 종의 상대를 겨냥해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침팬지나 원숭이, 돌고래 등 집단 생활을 하는 소수의 동물에게서만 보였다.
연구진은 문어가 사물을 물속으로 던지는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관찰된 일부 행동은 문어가 사회적 동물임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두족류 동물인 문어가 도구를 활용하는 모습은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동 가능한 집을 얻기 위해 코코넛 껍질을 쌓아 나르는 코코넛 문어가 그렇다.
다만 보통 개별 행동을 하며 다른 문어를 만나도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등 사회적인 동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종의 문어들에게서 이보다 더욱 복잡한 형태의 상호작용이 나타나면서 문어가 사회적인 동물일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