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착륙 대안이 될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의 거대한 비행접시가 지구에서의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나사는 이날 아침 하와이 인근 해안에서 지구 저궤도 비행 팽창식 감속기 테스트(LOFTID)를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알렸다.
이번 실험은 팽창식 감속기를 기후 위성을 탑재한 아틀라스 V 로켓에 함께 실어 발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기후 위성이 완전히 궤도에 자리를 잡은 뒤 LOFTIFD를 탑재한 2단계 로켓을 점화해 대기권으로 진입하도록 했다.
이어 몇 분 동안 로켓 머리에 장착된 LOFTID에 압축질소가스를 충전해 감속기 형태로 만들었다. 완전히 펼쳐질 때까지 로켓은 분당 3회전했고, 몇 시간 뒤 팽창식 감속기가 하와이에서 800km 떨어진 해상에 떨어졌다.
테스트의 주인공인 팽창식 감속기는 마치 버섯의 갓 같은 단순한 생김새와 달리 무려 9300만 달러(약 1228억원)가 투입된 나사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화성 착륙을 흔히 ‘공포의 7분’이라고 부른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대기에 비해 아주 얇아 공기 저항이 적기 때문에 탐사선이 화성의 대기권에서 지표면에 도달하는 시간은 단 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엄청난 속력으로 떨어지는 데다, 감속하는 과정에서 1300도에 달하는 마찰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화성 착륙에는 ‘공포의 7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 2020년 7월 발사돼 2021년 2월에 화성 착륙을 시도한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바로 이 과정을 겪었다. 당시 퍼시비어런스의 화성 대기권 진입 속력은 무려 시속 1만 9000km. 초음속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으로 속도를 낮춘 덕에 겨우 무사 착륙했다.
하지만 퍼시비어런스가 이를 버틴 것은 인간이 아닌 로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성 근처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제외하더라도, 만약 인간이 탑승했다면 공포의 7분을 절대 버티지 못한다.
이에 나사에서 생각한 것이 이 팽창식 감속기다. 원반 형태의 풍선을 착륙 직전 부풀려 공기저항을 통해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
당초 반세기 전부터 러시아가 떠올렸던 아이디어였지만, 당시에는 공기저항으로 인한 높은 마찰열을 견딜 강도와 내열성을 가진 소재가 없어 실현되지 못했다. 이어 2002년, 미국의 닐 치트우드 박사가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본격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3번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당시에는 직경 3m의 풍선형 원반이 사용됐다.
10일에는 이보다 직경이 두배 커진 6m 지름의 팽창식 감속기를 테스트했다. 이 6m짜리 감속기는 여러 겹의 특수 섬유재질로 만들어 시속 2만9000km로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1650도의 고온을 이겨낼 수 있다.
팽창식이라는 이름 그대로 로켓에 탑재될 때는 작게 접어 둘 수 있다. 6m짜리 원반도 직경 1.2m, 길이 50cm 원통이면 충분히 들어간다.
하지만 이정도 감속기도 인류를 실어나를 정도의 브레이크 역할은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화성에 착륙한 장치들은 1.5톤에 불과하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물자 20톤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1.5톤짜리 착륙선만 해도 직경 9m는 돼야 하는데, 이보다 수십배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유인 탐사선은 이보다 훨씬 커져야 한다.
다만 이번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만큼 나사는 향후 개발에 대해 낙관했다. 치트우드 박사는 “이번 성공은 이제 이 기술을 임무에 사용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팽창식 감속기는 이외에도 금성과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 등 화성과 비슷한 대기를 가진 임무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