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하자 많은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해방감을 만끽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교전 과정에서 전력과 상수도 시설 등이 폭격 등으로 파손돼 시민들은 온수와 난방 없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도에 따르면 헤르손 주민들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광장과 거리로 나와 시내에 진입한 자국 군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가를 불렀고 건물 난간 등에 국기를 내걸었다.
헤르손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지인 크림반도에서 가깝고 우크라이나 중부 중요 수자원인 드니프로 강 하구를 통제하는 전략 요충지다. 이런 중요성을 인식한 러시아는 개전 직후인 지난 3월 초 헤르손을 점령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1일 8개월 만에 수복했다.
러시아군은 점령 기간 주민들에게 러시아화를 강요했고 일부 주민에 대해선 납치와 고문, 학대를 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물러간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헤르손시 중앙광장에 주민들이 모여 해방을 자축했지만, 헤르손의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실종 등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루보브 오브즈나(61)는 WP에 자신의 28살 된 아들 드미트로가 지난 8월 두 손자가 보는 앞에서 러시아 보안군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오브즈나는 아들과 헤어진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들의 생사도 모른다고 했다.
헤르손의 전력과 상수도, 통신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돼 주민들이 매우 어려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상황도 문제다. 헤르손에는 기초 의약품도 거의 떨어져 보건의료 서비스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의 복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헤르손 내 60개 이상의 정착지에서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경찰이 안정화 조치에 착수했다"며 "지금까지 약 2000개의 지뢰와 트랩 폭탄, 불발탄이 처리됐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헤르손 주민들이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동안에도 멀리서 시 외곽의 포격 소리와 지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헤르손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전조등이나 손전등 등에 의지해 러시아군 점령기 때 금지됐던 자국 노래를 부르며 다시 맞은 자유를 즐겼다고 NYT는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