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산업에 '차이나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강력한 면세 산업 지원책을 내놓으며 자국 관광객은 물론 글로벌 관광 수요까지 독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국내 면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면세산업 발전 세미나'에서 변정우 경희대 명예교수는 “중국의 면세 정책 변화는 장기적으로 우리 면세 산업에 위협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면세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 면세산업 주 고객인 중국 소비자를 내수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다. 관광특구인 하이난섬을 면세 지역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에게 외국인과 동등한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면세 구매 한도액은 1인당 10만위안(약 1900만원)으로 크게 상향했다. 중국 정부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21년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은 국내 면세점을 제치고 매출액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해외 유명 브랜드도 한국 면세점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롤렉스는 지난 2021년부터 10여개에 이르는 국내 면세점 매장을 대부분 정리했다. 루이비통과 샤넬도 각각 4개, 2개 매장의 영업을 종료했다.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부정적 신호라는 분석이다.
변 교수는 “중국은 코로나19로 자국 면세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내 소비 진작을 위해 강력한 지원책을 펼쳤다”며 “국내 면세점 매출 70% 이상이 중국 소비 점을 감안한다면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특허수수료 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중국을 제외한 해외 주요국은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정액제로 운영한다. 중국도 판매 소득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반면 국내 면세점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 수수료를 산정해 적자를 기록해도 수수료가 부과된다. 특허수수료 제도를 이익 환수 개념이 아닌 산업 육성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는 “정부가 면세산업에 대한 비전이나 정량적인 목표가 없다”며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의지가 있다면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측도 중국 면세산업 성장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관세청은 남은 하반기 동안 면세업계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업계 의견을 상시 수렴할 계획이다. 최영전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장은 “업계에서도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고객 다각화, 해외 진출 등 해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매출 기준 특허수수료, 정액제·판매 소득 비례 등으로 전환 필요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