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 신청했다.
동시에 ‘가상화폐의 제왕’으로 불리던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의 재산은 한화 160억 달러(21조원)에서 닷새만에 사실상 제로(0)까지 추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안에 이뤄진 부의 파괴다.
이에 대해 다른 기업가들은 그의 몰락이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억만장자 기업가이자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뱅크먼 프리드에 대해 “그냥 멍청하고 탐욕 많은 사람이 회사를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FTX가 파산 신청한 당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큐반은 “뱅크먼 프리드는 그저 ‘더 줘, 더 많이 줘’ 이 말 밖에 하지 않는다”며 “돈을 빌려 계열사에 빌려주고 대차대조표에 있는 FTX 토큰이 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그런 척을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 인수 후 경영 방식으로 도마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조차도 뱅크먼 프리드에 대해 “헛소리하던 녀석”이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머스크는 12일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채팅 서비스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지난 9월 뱅크먼 프리드와의 통화 내용과 그의 첫인상에 대해 설명했다. 둘은 당시 30분간 통화했는데, 머스크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화 도중) 나의 ‘헛소리 탐지기’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마치 그 녀석 자체가 헛소리 같았다. 그게 내 첫인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요 투자 은행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마치 그(뱅크먼 프리드)가 물 위를 걸을 수 있고, 수십억 달러를 가진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내가 느끼기로는 달랐다. 그는 자본이 없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뱅크먼 프리드는 지난해 2월 미국의 벤처 캐피털 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털과 화상으로 진행된 투자 미팅 도중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플레이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놀랍게도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 같은 태도에도 FTX에 2억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돌발행동이 ‘젊고 쿨한 경영자’로 포장된 것이다. 물론 세쿼이어 캐피털은 현재 FTX 투자금을 손실로 처리한 상태다.
한편, 뱅크먼 프리드를 포함한 FTX 임원은 최근 바하마 규제당국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FTX가 6억 달러 상당의 코인을 도난당해 조사 중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뱅크먼 프리드와 게리 왕 FTX 공동 설립자, 니샤드 싱 엔지니어링 디렉터가 바하마 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이 FTX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 CEO인 캐롤라인 엘리슨과 함께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는 두바이로 도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UAE는 올초 범죄인에 대한 상호 법률 지원 조약(MLAT)을 체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