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위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부도로 유출된 가상자산 상당수가 국내 거래소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크립토퀀트의 온체인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FTX 사태 정점이던 6일부터 11일까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유입된 가상자산 양이 급증했다.
빗썸의 경우 이더리움 유입량이 9일 기준 1만5884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달 1일 1578개 대비 10배 이상 규모다. 유입량에서 유출을 뺀 순유입량 역시 9일 기준 4579개를 기록, 평소 대비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인원이나 코빗 등에서도 같은 기간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의 순유입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정기 감사, 가상자산 위수탁 등에서 안전성이 부각되면서 해외 거래소에 예치되던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로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원화마켓을 보유한 가상자산거래소는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가상자산의 실제 보유 여부를 주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지안회계법인이 작성한 업비트 '디지털자산 및 예금 실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기준 업비트는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 대비 원화 환산 금액 기준 101.59%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빗썸 감사를 맡은 한울회계법인이 지난 6월 공개한 지난 2분기의 빗썸 재무실사보고서 역시 빗썸이 보유한 예금 잔액은 회원 예치 금액을 초과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뱅크런이 발생하더라도 자산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FTX사태는 FTX의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금 조달을 위해 수십억 달러 상당 고객 자산이 유용된 것이 가장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고객 출금 요청에 대응하지 못해 뱅크런 사태로 심화되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낸스를 포함한 글로벌 거래소는 머클트리에 기반한 '온체인 자산 증명'을 도입하고 있다.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 총합을 조작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기반해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 미칠 FTX 사태 파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문제가 된 거래소 발행 코인의 발행이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원화마켓 거래소의 경우 시중 은행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실질적인 이용자 예치금이 1금융권인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형태를 구성해서 코인거래소가 이를 유용하거나 사업자끼리 돌려막기 등을 시도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특징도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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