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험인증기관의 해외 매출 비중이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시험소가 중국에만 구축되는 등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시험인증기관 통합 12주년을 맞아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기반과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등 국내 주요 시험인증기관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글로벌 매출은 5% 안팎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KTR는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부문이 8%인 160억3000만원, KCL은 전체 매출의 5.5% 수준인 136억원 규모였다. KTC도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험인증기관의 해외 지사도 중국이나 베트남 쪽에 집중됐다. KTR는 중국 상하이·칭다오·선전, 베트남, 멕시코(미주), 독일(유럽) 등에 지원 망을 일찌감치 구축했지만 시험소는 중국에만 구축했다. KCL은 중국과 베트남, KTC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무소가 있지만 시험소는 중국에만 구축했다. 우리 기업의 수출처 안전인증 등을 대행하는 것으로 역할이 한정된 셈이다.
국내 시험인증 시장은 해외보다 성장세가 떨어진다. 한국시험인증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42조6000억원, 국내는 14조1000억원이다. 국내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했지만 해외는 같은 기간 10.6%씩 커졌다.
인증기관이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는 기존 6개 시험인증기관을 KCL, KTR, KTC 등 3개 기관으로 통합했다. 시험인증기관 대형화를 통해 국내 시험인증 시장 경쟁력 확보와 해외 진출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덩치 키우기에는 성공했지만 서비스는 내수 산업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일부 기관은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KCL이 내년 핀란드와 독일에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지사를 가동할 예정이고, KTC는 지난 2월과 6월 중국 선전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시험소와 법인을 설립했다. 이에 맞춰 해외기업 수요를 끌어들일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가 시험인증 산업을 규제가 아닌 유망서비스 산업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정책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병구 고려대 교수는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시험인증 비용을 낮게 유지하도록 제한받고 있다 보니 연구개발(R&D)이나 서비스 질 향상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면서 “시험인증산업을 기업을 위한 자투리 산업으로 볼 게 아니라 유망한 지식서비스산업으로 보고 수익을 높여 줘서 규모와 인지도를 키울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