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중미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위기 속에 투자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엘파이스 스페인어판에 따르면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FTX에 이어 글로벌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 가치도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날 비트코인의 경우 1비트코인에 1만5000∼1만6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이다.
암호화폐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하락 추세는 투자자, 특히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도입한 엘살바도르에는 국가 경제에 재앙 같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9월 법정통화 채택을 선포하며 약 1000만달러를 사들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중간중간 비트코인 가격 급락 때 "싸게 팔아줘서 감사하다"며 추가 매수에 나섰다.
가장 마지막 매수 거래는 지난 7월 1일 152만달러어치다. 이때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친 누적 구입액은 1억715만달러 상당이다. 하지만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이날 현재 이 나라는 투자액의 약 64%를 손해 봤다.
손실액은 6837만 달러(약 91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 먹거리 해결이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의 농업부 올해 전체 예산(약 77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강력히 권고하며 "재정 안정성과 건전성 등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 채무 상황은 계속 나빠져,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8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수준인 'CCC+'로 매기기도 했다. 중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