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데 예산·세제 교착…준예산 우려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39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이 표류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 지출인 예산 처리가 늦어지면서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기획재정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5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비경제부처 질의를 마무리하고 17일부터는 예산안조정소위를 진행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예결위에서 수차례 협조를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예산안 제안설명에서 “시장은 조그만 불확실성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당면한 복합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통과시켜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1일에도 “국회에서 '한번 해봐라, 그 안 대로 해서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전향적 협조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안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야당은 공공일자리, 지역화폐, 임대주택 예산에 대한 송곳 심사를 공언한 바 있다.

반면 건전 재정을 내세운 정부는 야당의 증액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늘어난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지자체가 활용 가능한 순세계잉여금이 매년 32조원 이상 발생하는 등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 예산 7050억원을 되살렸다.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 만큼 치열한 논쟁이 예고됐다.

공공일자리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한발 양보했다. 정부는 내년에는 단순 노무형 공공일자리는 줄이고 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필요성이 제기되자 예산 증액을 시사했다. 추 부총리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을 논의해야하는 기획재정위원회도 답보 상태다. 기재위는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17일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국회의장의 중재에도 양당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원활한 회의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세법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 가장 큰 쟁점인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정부는 절대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부자감세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놓고도 여야 간 의견 차가 첨예하다. 금투세는 주식 등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는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었으나 여당은 2년 추가 유예를 추진 중이다. 반면 야당은 추가 유예 없는 즉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에서의 대치가 심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됐다. 준예산은 내년 예산안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 논의 자체도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지연됐는데 올해는 쟁점이 첨예하고 예산안 외적인 변수도 많아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