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지털금융의 심장을 가다-NH통합IT센터

NH통합IT센터 전경
NH통합IT센터 전경

경기도 의왕 포일지구에 위치한 NH통합IT센터는 2016년 1월 준공 후 6년여에 걸쳐 농협중앙회와 범 농협 계열사 정보기술(IT)인프라를 집결시킨 곳이다.

NH농협은행은 2012년 3월 농협중앙회 신용사업이 NH농협금융지주로 분리되면서 설립됐다. 양재와 안성 데이터센터에서 농협의 수십년 데이터를 처리·보관해 왔으나 기반시설이 노후화하고 추가 인프라를 배치할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농협은 2011년부터 데이터센터 신축을 구상했다. NH농협중앙회에 위탁했던 IT전산부문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복안도 있었다.

특히 농협은 지난 2011년 사상 초유의 사이버 공격으로 금융거래가 중단된 아픔을 겪은 이후 NH통합IT센터를 중심으로 보안 체계와 IT인프라 전반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농협의 IT·보안 쇄신 의지와 역량을 집결한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농협은 그룹 IT전략을 일원화하고 수준 높은 보안체계를 농협금융 전 계열사와 농협중앙회 전반에 갖추기 위해 NH통합IT센터 신축을 과감하게 결정했다. IT부문 혁신에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76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NH통합IT센터에만 3200억원을 투입했고 2000억원을 투자해 농협은행과 상호금융(지역농축협 금융사업)의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했다.

또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시스템도 구축했다. 당시 1000억원을 들여 영업점별 전산기기 복구체계 구축, 해킹공격 차단, 전 영업점의 내·외부망 분리 등 국내 금융권에서 앞선 수준의 내부 접속통제 시스템과 보안 체계를 마련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NH통합IT센터의 내부 관제실 전경 (사진=농협은행)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NH통합IT센터의 내부 관제실 전경 (사진=농협은행)

◇범농협 계열사 집결…다양한 사례 공유·축적 시너지

NH통합IT센터는 연면적 9만2356.21㎡, 지하 2층 지상 10층, 2개동 규모다. 기존 양재동 전산센터의 4.1배 규모로 당시 국내 은행권 중 최대 규모로 지어졌다.

2016년 완공 후 농협중앙회와 NH농협은행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계열사 등 총 9개 법인의 IT인프라와 보안 관제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농협은행, NH생명보험, NH손해보험, NH저축은행, 농협VAN, 농협캐피탈, NH투자증권(재해복구센터),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의 IT인프라와 관련 인력 1200여명이 집결했다.

현재 농협은행이 통합IT센터의 제반 기반시설을 비롯해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IT시스템 운영을 통합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 7개 계열사 IT인프라는 IT서비스 전문 계열사인 농협정보시스템이 담당하고 있다.

NH통합IT센터는 농협에서 건립한 세 번째 데이터센터다. 그동안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해 오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집약돼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데이터센터라는 자부심이 크다. NH통합IT센터를 짓고 6년에 걸쳐 전 계열사 인프라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모든 계열사에 동일하게 센터 기반시설을 적용해 각 계열사의 효율과 IT 안전을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조상진 NH농협은행 IT부문 부행장은 “무엇보다 IT인프라 운영 경험이 많은 농협은행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모든 계열사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농협중앙회(농·축협)는 국내 최다 영업점을 보유했고 거래량도 방대해 많은 IT운영 인력이 필요한데 농협은행에서 이를 통합 운영하고 있어 인력 운영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각 계열사 IT인력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면서 법인 간 기술·사례를 서로 공유하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특히 범농협에는 다른 금융사에는 없는 경제·유통 부문이 있어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전파할 수 있다. 생소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공·실패 사례를 상호 공유해 노하우 축적과 개선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NH통합IT센터의 내부 서버실 전경 (사진=농협은행)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NH통합IT센터의 내부 서버실 전경 (사진=농협은행)

◇2층과 3층 사이 끊어진 난간…진도8 지진 견디는 '면진설계'

NH통합IT센터 내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비상구 계단은 중간이 붕 떠있다. 난간도 마디마디가 끊어져 있다. 이는 지반과 건물을 분리해 강도 높은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든 '면진 설계' 흔적이다.

면진 설계는 진도 7~8을 견딜 수 있다. 진도 8 규모 지진은 2008년 발생한 중국 쓰촨성 대지진과 같은 수준이다. 면진 설비가 있는 공간에는 지진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하는 고무기둥(댐퍼)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고무기둥이 좌우로 최대 30㎝가량 움직이면서 바닥 진동을 흡수한다.

NH통합IT센터는 당시 금융권 처음으로 무중단 유지보수 등급인 티어-Ⅲ 인증을 획득했다. 티어-Ⅲ 등급은 전기, 기계, 전력, 냉방설비 등 인프라의 예비 설비를 완비해 24시간 365일 무중단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는 등급을 뜻한다.

농협은 수전 선로 장애를 대비해 관양·평촌 변전소로 이중화했다. 외부 전력이 전면 차단될 경우를 대비해 화재에 강한 연축전지 기반으로 UPS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장기간 전력 차단에 대비하기 위해 가스터빈 비상발전기를 갖췄다. 국내 최대 용량인 시간당 5200킬로와트(㎾) 전기를 생산하는 비상발전기 4대를 갖췄다. 이는 1만 세대 아파트 주민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연료는 24시간 분량에 해당하는 10만리터(ℓ)를 상시 준비해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범농협이 집결한 시설인 만큼 층별로 계열사 설비를 할당하고 층별 UPS 장비를 이중화하는 등 화재나 정전이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는 문제를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비상 상황이 생기면 범농협 비상대응 조직과 대응 체계를 갖추고 전 직원 동시 전파시스템인 'NH알리미'를 이용한 신속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비상대응훈련, 재해복구센터 전환 훈련, 의왕시와 연계한 민관 합동 소방훈련 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사진 오른쪽 네 번째)과 조상진 IT부문 부행장(오른쪽 세 번째), 임직원들이 지난 3월 11일 NH통합IT센터에서 열린 NH-IDEA 그라운드 개소식에서 기념촬영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사진 오른쪽 네 번째)과 조상진 IT부문 부행장(오른쪽 세 번째), 임직원들이 지난 3월 11일 NH통합IT센터에서 열린 NH-IDEA 그라운드 개소식에서 기념촬영했다.

◇혁신 아이디어 시험, 지역사회 기여하는 열린 운영

NH통합IT센터는 외부인 접근을 최소화하는 여타 금융사 데이터센터와 달리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열린 운영으로 선회했다. 지난 3월부터 1층에 복합 IT 체험공간 'NH-IDEA 그라운드(아이디어 그라운드)'를 열고 내부 직원의 교육과 회의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대상 코딩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채로운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했고 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좀 더 친근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는 농협의 IT 혁신 현장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NH통합IT센터 1층은 창의·오픈·신기술 라운지로 구성됐다. 오픈라운지에서는 농협 내외부를 대상으로 각종 교육과 영상회의가 열린다. 창의 라운지는 임직원 휴식 공간, 신기술 라운지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IT부문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카드가 없어도 AR를 활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NH-STM(스마트텔러머신)의 경우 현재 전국 20여대를 보급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독도가상영업점, VR를 활용해 전산센터 내부를 체험할 수 있는 NH통합IT센터 VR 체험존도 구현했다.

기술 고도화 등을 거쳐 실제 사업화를 준비 중인 서비스도 체험해볼 수 있다. '딱IN카드' 서비스는 자신이 보유한 신용카드를 키오스크 카메라에 인식시키면 다양한 혜택을 한 눈에 보여준다. 추후 보강을 거쳐 실제 서비스화를 목표하고 있다.

NH-아이디어 그라운드는 IT부문 직원들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IT=전산실'이라는 과거 관념을 깨고 IT인프라 운영부터 디지털 뱅킹 서비스에 이르는 전 영역에 걸쳐 직원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혁신을 시도해보는 창의와 실험의 장이다.

의왕(경기도)=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