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하다. 2021년 기준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며, 경제 성장기여율(2015~2017년 연평균 39.5%)도 매우 높다. 게다가 생산과 고용 연계성도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2019년 기준 생산유발계수는 제조업의 1.03배이고 고용유발계수는 제조업의 1.79배이니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임이 틀림없다. 해외 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0년에 710억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2021년에는 306억달러를 달성했다. 2021년 해외건설 매출 상위 12개 기업의 해외 매출 합계가 227억달러인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 조선업 수출금액이 23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해외건설 기여를 새삼 깨닫게 된다. 많은 기업과 국민이 건설산업과 관련돼 있다. 2020년 기준 건설기업체 수는 8만2000개가 넘고, 건설산업 종사자수는 167만명이 넘는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어림잡아도 668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건설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속사정은 참으로 안타깝다.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디지털화는 모든 산업 가운데에서 꼴찌 수준이다. 종사자의 고령화 현상도 다른 산업에 비해 가장 심하다. 50세 이상 종사자 비중이 모든 산업에서 41.1% 수준인데 건설산업은 49.6%에 이른다. 청년층의 지속적 유입이 부족한 산업은 미래가 어둡다.
2021년 전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28명 가운데 건설산업 사고사망자는 417명으로 절반이 넘고 있어, 건설산업은 위험한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 시설물 품질에 대해서도 의심받고 있다. 2021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아파트 하자 건수는 6000건이 넘는 등 매년 새 기록을 쓰고 있다. 건설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는 부정부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1년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건축·건설 공공 부문의 부정부패 심각성 인식이 75.6%에 이른다고 한다.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건설 공공행정의 투명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혁신'은 우리가 너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구글 검색창에 '혁신'을 치면 7000만건 이상의 검색 결과가 나오고, 구글 뉴스 검색에서는 1500만건 이상이 찾아진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서적만 18만권 이상 검색된다. 무엇인가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하기'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 단어가 너무도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이만큼 널리 사용되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혁신이 얼마나 어렵고 잘 되지 않으면 이렇게 끊임없이 혁신을 부르짖는 것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이야말로 혁신이 필요하다. 구글에서 '건설혁신'을 검색하면 3200건 이상의 뉴스가 찾아지고, 'construction innovation'으로 검색하면 100만건 이상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이는 건설혁신 또한 오랫동안 무수히,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강조됐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건설산업은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획기적 생산성 혁신을 위해 건설 생산방식의 혁신이 필요하고, 인구감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능인력 수급 혁신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 재해 제로를 위한 안전관리 혁신이 필요하고, 시설물의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걸친 품질관리 혁신이 필요하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산업으로의 이미지 혁신이 필요하다. 건설생산 전 과정에 걸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고, 나열한 모든 혁신의 과정을 혁신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 '강하거나 영리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늘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예측하며,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건설혁신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건설산업의 현재와 미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건축물이나 인프라 시설을 설계하고 만드는 생산자 또는 공급자 관점뿐만 아니라 소비자 또는 수요자 관점에서 요구되는 건설혁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예정이다. 모쪼록 우리 일상과 늘 함께하는 건설의 혁신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길 희망한다.
유정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 myazure@kw.ac.kr
<필자 소개>
유정호 교수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건설과 한미글로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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