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이나 확장현실(XR)은 '진화'입니다. 과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입니다. AR 또한 이러한 진화의 과정을 걷고 있습니다.”
AR·XR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부족뿐 아니라 사용자 입맛에 맞는 기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AR 시장이 도약할 시점에 대한 물음에 휴고 스와트 퀄컴 부사장 겸 XR 부문 본부장은 “매 순간”이라고 답했다. 시장 확대 속도는 늦지만 끊임없이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것이다. 스와트 부사장은 “AR 앱과 콘텐츠 등 모든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특정 시점을 잡긴 어렵지만 3년 안에 AR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R을 생각하면 쉽게 게임을 떠올린다. AR 시장의 대표 콘텐츠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산업에서도 AR 수요는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스와트 부사장 견해다. 그는 특히 피트니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AR 자전거로 보다 효율적으로 운동하거나 가상 트레이너로 통해 동기 부여를 가져올 수 있다. 스와트 부사장은 “AR 속에서 명상을 하는 등 웰빙 시장과 협업 시장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AR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AR 시장이 성장 궤도에 오르려면 이같은 콘텐츠가 풍부해져야 한다. 콘텐츠를 제작할 애플리케이션도 필요하다. 퀄컴은 16일(미국 현지시간) '스냅드래곤 서밋 2022'에서 신규 AR 플랫폼(칩) 'AR2 1세대'를 발표했다. 그러나 하드웨어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콘텐츠와 앱을 아우르는 생태계가 확장돼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스와트 부사장은 “퀄컴이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퀄컴은 지난해 말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를 가동했다. 안드로이드용 AR 개발 플랫폼이다. AR 앱과 콘텐츠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퀄컴 노력 중 하나다. 스와트 부사장은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를 출시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놀라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수천명의 개발자가 개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했다. 프로젝트 지원도 수백건에 달한다고 스와트 부사장은 설명했다. 최근 포켓몬고 제작사인 나이언틱도 이 스냅드래곤 스페이스 플랫폼에 합류했다. AR 앱과 콘텐츠 저변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강한 배경이다.
퀄컴은 하드웨어로는 스냅드래곤 AR2을, 소프트웨어(SW)로는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AR 생태계 확산을 노린다. 스냅드래곤 AR2는 AR기기 제조사와, 스냅드래곤 스페이스는 개발자들과 협력해 시장 확대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소비자 시장과 맞닿아 있는 통신사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견고히할 예정이다. 스와트 부사장은 “한국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 개발자도 스냅드래곤 스페이스 플랫폼에 합류해 함께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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