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규모로 개최된 지스타가 관람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국내 최대 게임쇼에 걸맞은 위명을 되찾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완전 정상화돼 열리는 대규모 오프라인 게임 행사를 맞아 주요 게임사도 다양한 장르의 신작과 화려한 볼거리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올해 지스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트리플A급 신작을 통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려는 국내 게임업계의 포부가 돋보였다. 그동안 'K-게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완성도 높은 콘솔 게임이 대거 출품돼 국내외 게이머 기대를 끌어모았다. 모바일 게임이 중심이 됐던 예년과 달리 수백석 규모 콘솔과 PC 시연대가 곳곳에 마련돼 긴 대기줄이 형성됐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 기기 제작사는 물론이고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를 선보인 삼성전자, LG전자도 게임사와 협력을 통해 원활한 신작 시연을 지원했다.
◇돌아온 대형 게임사, 글로벌 정면 겨냥
지스타 현장을 4년 만에 다시 찾은 넥슨을 비롯해 넷마블,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네오위즈 등 주요 게임사는 대규모 부스를 통해 신작 알리기에 열을 올렸다. 게임 개발을 총괄하는 PD와 주요 개발진도 부스에 상주하며 이용자와 적극 소통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올해 지스타 메인 슬로건을 '귀환'으로 잡은 넥슨은 단일 기업 최대 규모인 300부스 규모로 전시관을 꾸렸다. 시연존을 2단까지 확장하고, 560여대의 콘솔과 PC, 모바일 기기를 시연용으로 배치해 보다 많은 관람객이 신작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필두로 블루 아카이브, HIT2 등 대한민국 게임대상 6관왕을 석권한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 퍼스트 디센던트,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시연 출품작 4종으로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관람객 눈을 사로잡은 중앙 대형 LED에는 프로젝트 AK, 프로젝트 오버킬, 환세취호전 온라인, 갓썸:클래시 오브 갓, 나이트 워커 등 신작 5종의 신규 트레일러 영상이 상영됐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지스타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넥슨뿐 아니라 여러 게임사의 인상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며 “넥슨도 내년에는 해외에서 먹힐 만한 게임을 선보여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스타 2022 메인스폰서 위메이드는 '삶의 모든 것이 곧 게임'이라는 슬로건으로 체험존과 스테이지를 마련했다. 나이트 크로우,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주요 신작뿐만 아니라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나일, 라이프앱 탱글드 및 스니커즈, 메타버스 플랫폼 베이글 등 위믹스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마련했다.
위메이드 부스 내에 준비된 스테이지에서는 신작 개발을 진두지휘한 손면석 매드엔진 대표와 석훈 위메이드엑스알 PD가 '오픈토크'를 진행해 게임에 대한 이용자 궁금증을 해소했다.
넷마블은 100부스 규모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160여대의 시연대를 통해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파라곤:디 오버프라임, 하이프스쿼드, 아스달 연대기 등 출시 예정 신작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3인칭슈팅(TPS)과 진지점령(MOBA) 장르가 혼합된 PC 게임 파라곤:디 오버프라임은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대회를 통해 e스포츠로 성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B2C관 안쪽 중간에 둥지를 튼 카카오게임즈 부스는 내년 성장을 이끌 아레스: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가디스오더, 디스테라 등 신작 시연존으로 꾸며졌다. 아키에이지2, 아키에이지 워는 영상 전시와 현장 이벤트를 마련했으며 야외에는 에버소울 단독 부스로 참관객을 맞았다.
이날 카카오게임즈 부스에서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PC 온라인 게임 신작 아키에이지2를 최초로 공개해 현장에 열기를 더했다. 아키에이지 IP를 활용해 제작 중인 MMORPG 신작이다.
크래프톤은 대표 지식재산권(IP)인 'PUBG: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부스를 꾸리고 독립 스튜디오 신작을 함께 소개했다. 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호러 장르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노운월즈의 문브레이커, 디펜스 더비 등 신작과 글로벌 Z 세대를 겨냥한 버추얼 아티스트 '애나(ANA)'도 눈길도 호평받았다.
벡스코 제2전시장에 추가로 조성된 BTC관에는 네오위즈와 호요버스, 레벨 인피니트, 플린트, 즈룽게임즈 등 국내외 게임사와 인디 게임 전시관이 마련됐다.
네오위즈 부스는 유럽 최대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국산 게임 최초로 3관왕을 수상한 P의 거짓을 국내 이용자가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시연대가 설치돼 관람객 방문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인파 관리를 위해 전시장 외부에서 대기 후 전시장에 입장해 시연하기까지 길게는 수시간을 기다리는 사례도 나왔다.
원신으로 유명한 중국 호요버스의 부스도 원신 붕괴3rd, 미해결사건부 등 기존 인기 작품과 함께 젠레스 존 제로, 붕괴: 스타레일 등 신작을 만나보기 위한 참관객이 몰렸다. 시프트업이 개발한 승리의 여신: 니케로 부스를 꾸린 레벨 엔피니트 역시 현장 이벤트와 게임 시연으로 참관객 눈과 손을 즐겁게 했다.
◇애정 충만 게이머 운집 '안전에 만전'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는 공식 개막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행사장 입장이 시작되자 “뛰지 마세요” “간격을 유지해주세요”라 외치는 안전요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를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 등은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며 행사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일부 참관객 사이에서는 안전을 위해 다소 불편하게 짜여진 동선으로 인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장 곳곳에는 부산시와 경찰, 소방에서 지원을 나온 인력 550여명이 배치돼 안전 관리를 도왔다. 입장권 교환처와 벡스코 사이 도로는 행사기간 동안 통제했다. 지스타 조직위는 남은 기간 전시장 내부에 밀집도에 따라 입장을 조정하고, 현장 티켓 판매 역시 이에 맞춰 유기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이번 지스타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행사기간 동안 참관객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신작 게임과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