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두부 제조 기업들이 수입콩 수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부가 수입콩 공매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속돼 온 것으로 가격을 높여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공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두부 제조업체들이 수입콩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두부업체 관계자는 “2019년 수입콩 공매제도가 도입된 이후 매년 공매 물량이 늘었다”면서 “공매로 인해 수입콩 가격이 올랐고, 높은 가격을 줘도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입콩 조달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한 국영무역이나 수입권공매, 수입권배분 등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는 수입콩을 조달해 배분하는 과정에서 국산콩 농가 보호와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운영한다. TRQ란 허용한 일정 물량은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높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다. 한국이 매년 수입하는 콩 약 20만t 가운데 70%가 TRQ 물량이다.
TRQ 물량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6만t 가량을 유지했으나 올해 19만7000t 수준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었고, 가정간편식 시장이 늘면서 두부 활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콩 수입량이 늘어도 중소 업체는 되레 수입콩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런 현상이 공매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TRQ로 들여온 콩을 업체에 직접 배급하는 직배 방식을 써왔으나 2019년 입찰방식인 공매제도를 도입했다. 공매 물량은 2019년 3433t으로 시작해 올해 3만8000t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공매제도를 통해 수입콩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높다보니 대부분 최고가로 입찰한다. 때문에 중소업체도 어쩔 수 없이 직배가보다 높은 최고가에 입찰한다. 같은 최고가일 때는 수요자의 전년 실적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도 공매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행 수입콩 공매제도는 최고가로 응찰해도 물량이 많은 자를 우선 낙찰하기 때문에 규모가 적은 영세기업은 물량 배정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와 소통해 수입콩 공매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aT가 직배가격(1100원/㎏)의 15%를 가격제한폭으로 입찰가를 운영하지만, 대다수 업체가 최고가 1265원으로 물량을 배정받고 있었다. 올해 9월까지 이뤄진 총 10회 공매 중 3회 입찰에서 수입콩 4500톤 전량이 최고가로 낙찰됐다. 4월 공매에서는 개별업체 6곳이 최고가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6곳 모두 낙찰받지 못해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중소 두부업체 관계자는 “공매제도는 자금력이 우월한 기업이 배정 받을수 있는 최고가 경쟁이어서 안정적 공급이 원칙인 정부가 취해야 하는 운영방식이 아니다”면서 “안정적 대두공급을 위해 공매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식품산업 진흥과 농산업 발전을 위한 업종별 현안과제 18건을 건의했는데, 연말 수입대두 부족문제 해소 및 공매제도 폐지도 주요 과제로 건의됐다.
김석원 광주전남연식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산 콩과 수입 콩 가격이 덩달아 뛰는데 입찰제도인 공매제까지 확대되면서 원가상승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직배물량 확대와 공매폐지 등 배분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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