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2공장이 이번 주 가동을 중단한다. 이곳에서 만들던 수출 효자 차종인 '트랙스'도 단종한다. 이를 대체할 후속 차종인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데뷔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한국지엠은 오는 25~26일을 전후로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던 부평2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앞서 창원공장에서 만들던 쉐보레 주력 경차 스파크에 이어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까지 모두 생산을 종료한다.
한국지엠 생산 차종 중 가장 높은 수출 실적을 기록했던 트랙스는 지난달 28대를 끝으로 국내 판매를 멈췄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홈페이지에서도 트랙스 항목을 삭제했다. 앞서 스파크와 말리부 등도 생산을 끝마쳤으나 재고가 남아 연말까지 판매를 이어간다.
트랙스 판매가 먼저 중단된 것은 상대적으로 재고가 적어서다. 2013년 첫 선을 보인 트랙스는 쉐보레를 대표하는 소형 SUV로 지난 10여년간 한국지엠 생산과 판매를 견인해왔다. 이로써 한국지엠 국내 생산 차종은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부평), 차세대 CUV(부평·창원)만 남는다.
스파크와 트랙스 등의 빈자리는 현재 창원공장에서 시험 생산 중인 새 CUV(프로젝트명 9BQC)가 채운다. 부평1공장에서도 수출을 위한 CUV 파생 모델(9BQB)을 병행 생산한다. 신차는 내년 상반기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새 CUV는 트랙스 명맥을 이어갈 기대주로 주목받는다. 한국지엠은 신차명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트랙스'를 유지할지, 중국 시장에 선보인 형제 모델 '씨커'처럼 새로운 차명을 사용할지 내부 논의 중이다.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폐쇄에도 새 CUV를 바탕으로 내년 생산 목표를 상향한다. 미국 GM 본사 등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지엠은 부평·창원 공장을 포함해 23만여대를 생산했고, 올해는 25만대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목표치는 트레일블레이저와 새 CUV를 포함해 50만대로 제시했다.
GM 본사는 내년부터 본격 생산해 수출할 새 CUV의 글로벌 수요에 대비해 국내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창원공장은 작년 3월 도장 공장 신축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프레스와 차체, 조립 공장 등에 9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창원공장은 GM의 최신 글로벌 표준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시간당 6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부평공장에도 신차 생산 준비를 위해 20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제한적인 공급망으로 생산이 다소 줄었지만 내년부터는 연간 50만대 규모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트레일블레이저와 새 CUV를 적시에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