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멈추자 대한민국도 멈췄다. 지난 10월 15일의 일이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먹통 대란'은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장애는 물론 카카오페이, 카카오T, 멜론 등 카카오가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들을 모두 중단시켰다.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 점유율이 95% 이상이라고 하니 카카오톡 장애로 대한민국이 멈췄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운영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중앙집중화된 서버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이 과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서버로 집중화된 데이터 관리나 운영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블록체인은 원장(ledger)에 정보를 기록하는데 원장이 하나씩 추가되는 방식으로 데이터가 저장된다.
또 원장 내 데이터는 암호화돼 저장된다. 원장에 저장된 정보는 비가역적이며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원장은 누구에게나 공개되기 때문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투명성을 제공한다. 기존에는 거래에 참여하는 관여자들의 개별 인터페이스에 의해 정보가 교환됐기 때문에 일부 관여자들이 정보 공유에서 소외될 수도 있었다. 정보 편중과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원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정보 정확도와 신뢰가 강화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거의 모든 국민이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 예방접종 인증시스템인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앱)이 그것이다. 식당이나 공공시설 등을 방문할 때 바로 앱을 실행해서 인증서를 제시할 수 있다. 인증서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고, 인증서 위·변조가 불가능해 안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데이터 저장이나 관리에 서버가 아닌 여러 블록체인 노드가 사용됐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복지급여 중복수급 관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하는 '2022년 블록체인 공공분야 시범확산사업'에 '보육료 지원사업 중복수급 관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내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리드포인트시스템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보육료 지급은 영유아 양육방식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같은 재원이지만 양육방식에 따라 양육수당(복지부), 보육료(복지부), 유아학비(교육부), 아이돌봄지원 사업(여성가족부)으로 서로 다르게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육방식이 변경되면 절차가 제때 처리되지 못해 중복수급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 이번 사업의 목적이다.
보육료 중복지급 문제는 대부분 절차상 문제다. 핵심은 어떻게 행정 비효율을 최소화할 것인지다. 이번 시범사업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행정 부처 사이 정보 비대칭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작은 출발이지만 올바른 예산 집행을 통해 제대로 된 복지급여 지급이 이뤄지고, 지원이 필요한 대상자가 제외되는 일 없이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mailto:whc@dlight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