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이 개막 이틀을 앞두고 갑자기 철회되자 후원사는 물론 응원단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버드와이저는 남은 재고 물량을 우승국에게 전부 주겠다고 밝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영국 더선 등에 따르면, 버드와이저 측은 전날 공식 계정에 “새로운 날 새로운 트윗. 우승하는 나라가 버드와이저를 얻는다. 누가 받게 될까?”라고 글을 올렸다. 이와 함께 창고에 버드와이저 캔이 잔뜩 쌓여 있는 사진도 게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카타르는 당초 경기장 근처 맥주 판매를 경기 입장권 소지자에게 한해 경기 시작 전 지정 구역에서의 맥주 소비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개막 이틀을 앞두고 돌연 ‘맥주 판매 금지’를 선언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변경 조치에 FIFA 후원사를 비롯한 각종 단체는 불만의 뜻을 내비쳤다. FIFA의 대표적 후원사인 맥주 기업 버드와이저는 앞서 도하 내 고급 호텔을 인수해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맥주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판매 금지 조처가 내려진 직후 버드와이저는 트위터에 “흠, 이러면 곤란한데…”라고 올렸다가 90분 만에 삭제했다. 그리고 다음날, 우승국에게 못 팔게 된 맥주를 전부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식 개막전 당일에는 이색 구호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이날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에콰도르 팬석에서는 “Queremos Cerveza”라는 구호가 반복해서 터져나왔다. 스페인어로 ‘우리는 맥주를 원한다’는 뜻이다. 개막 이틀전에 말을 바꾼 카타르와 FIFA에 유머러스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에콰도르는 개최국 카타르와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카타르는 이 경기로 월드컵 개최국 중 처음으로 ‘첫 경기 패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조치로 도하 시내 ‘팬 구역’과 일부 외국인 대상 호텔에서만 음주가 가능하고, 경기장 내에서는 버드와이저의 무알코올 맥주만 구입이 가능하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스타디움에서 술을 금지한다”며 “개인적으론 하루 3시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스타디움에서 맥주와 함께 경기를 즐기길 기대한 팬들의 실망은 여전하다. 더욱이 팬 구역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잔 당(500mL) 12파운드(1만9200원)라는 높은 가격에 책정됐고, 인당 4병이라는 구입 한도가 있다고 더선은 지적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