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모바일로 말미암아 시장이 변화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전환이 기업마다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하는 한편 시장 변화에 따른 고객 응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이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더 많은 인력·자원·비용을 디지털 채널과 디지털화 관련 업무에 배치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전환이 시장에서 체감되거나 기업 이익 또는 효율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조직에서 비롯되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의사결정자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사결정권자의 경우 여러 자리에서 디지털전환의 결과로 발생된 다양한 용어와 효과를 듣게 된다. 디지털전환을 자사에 적용하기 위한 지시를 내리게 되고, 지시는 끊임없는 보고와 보고서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업무는 진행되지 않고 기존 비즈니스는 과거 방식대로 진행되고, 디지털전환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보고와 설득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시장 변화 속도는 이제 기존의 기업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새로운 조직 문화 및 의사결정 체계를 요구한다. 기존의 품의서와 보고서 방식으로 시장의 변화를 더 이상 따라갈 수 없다. 변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태핑하고, 여기서 발생되는 실수와 도전을 인정하는 동시에 실패를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체계가 필요하다.
과거 조직 문화를 그대로 유지한 채 컨설팅을 받거나 조직을 전략화하기 위해 아무리 애자일화했다 해도 결국 피라미드형 의사결정 구조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부장이 원하시는 건, 본부장이 원하시는 건, 사장이 원하시는 건 뭘까?'를 더 많이 고민하면서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는 없다. 시장의 고객 다변화와 빠른 디지털 문화 속에서 시장을 태핑하고, 페인포인트를 빠르게 찾아 개선하고 진화시켜 나갈 수 있는 현장과 실무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 의사결정권자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노력·도전·실패를 통한 진화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는 또다시 수많은 노력·도전·실패가 필요하다. 디지털과 모바일 및 AI와 데이터의 가치, 이 모든 것이 기존 오프라인 중심 기업 환경에서 자사에 맞게 최적화 시키고 진정한 디지털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와 과거의 성공 방식을 버리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기존 성공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닌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 SMS에 매달리는 동안 카카오톡으로 세상은 변화됐고, 피처폰 성공이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을 느리게 만들었다.
조직에서 회의는 보고가 아니라 '노 포지션 파워'(No Position Power) 환경에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시장을 공략해 나가기 위한 창의적인 토론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8시간 일하면 8시간만큼 생산하던 시대에서 1시간 만에 1개월치를 할 수 있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이 아니고, 출근했다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호스트에서 서버·클라이언트, 이제 클라우드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디지털전환을 위해 우리는 기존 비즈니스에 컴퓨터와 로봇을 사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좀 더 다양화되고 온디맨드(On-Demand)화 되는 시장을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생산성에서 다양성으로 변화된 시장, 다양성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하고 지능화하기 위한 디지털전환은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탈피해 새로운 다양성과 변화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적 변화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다양한 시도에 실패를 품어 줄 응원과 새로운 도전이 디지털전환을 이뤄 내는 출발점일 것이다.
임창욱 넷트루컨설팅그룹 대표 lapaz@redb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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