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가 시장 안정화 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체감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증요법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유동성 공급 확대와 금융지주 대책 적기 시행, 한국은행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재가동 등 더 적극적인 대응 전략에 나서야 한다.
지난 9월 말 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레고랜드를 개발하는 공사(公社)를 '회생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약 1개월 후인 10월 23일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첫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50조원+알파'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16조원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부동산PF 보증지원 10조원 등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던 탓에 정부는 이달 11일 지원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1조원+알파 지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증권사 보증 PF-ABCP 1조8000억원 지원 등이 발표됐다.
17일에는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도 열렸다. 금융지주사들은 총 95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계획을 약속했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 10조원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시장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도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 부분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 이해관계자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나열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는지 △유동성 공급 자금이 현장에 잘 작동되고 있는지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대책만 발표할 것이 아니다.
CP 시장만 봐도 그렇다. 기업의 단기자금 경색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최근 CP 금리는 급등했다. 심지어 최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1월 21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 신용등급 AA- 회사채 3년물 간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도 1.654%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시장에서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1 등급 CP가 8~9% 이자로 매매되고 있다. A2와 A3 등급은 시장에서 잘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시장 상황보다 실제 증권사 창구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장 상황이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부동산 PF와 건설사 부실 문제도 심각하다. 18일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안정성 점검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도래하는 부동산 PF 보증채권 규모는 약 160조원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미분양 증가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쳐 중견 건설사뿐만 아니라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위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건설사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러한 금융·채권시장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50조원+알파'라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 규모를 획기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 현재 정부의 유동성 지원 규모로 회사채와 CP 발행, 부동산 PF 부실 문제에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 규모를 늘려야 한다.
둘째 금융지주 회장단이 발표한 9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대책도 하루빨리 집행되어야 한다.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 간담회에서 나온 가장 큰 대책 가운데 하나인 9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대책은 일러야 12월 중에 집행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기대보다 상당히 늦은 일정이다. 11월 중에라도 최대한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지주 간 중지를 모아야 한다.
셋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은행이 저신용등급 CP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업유동성지원기구유한회사(SPV)의 재가동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SPV는 저신용등급 등 CP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기구다. 한국은행과 정부, 정책금융기관이 공조해서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협업 모델이다. SPV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2020년 7월 출범, 지난해까지 운영된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은행은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 기업을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저신용 CP와 회사채를 캐피털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총 8조원 대출·공급하는 대책을 수립, 실행했다. 지금이 코로나19 때보다 더 큰 위기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신용 경색과 채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도 제1야당으로서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하고, 추가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777byung@naver.com
향후 6개월 간 기업어음(CP) 만기 물량 추이
※자료 :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 안정성 점검 토론회> 자료집(2022.11.18.), 김병욱 의원 주관
<필자 소개>
김병욱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성남분당을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보수 텃밭으로 일컬어지는 성남분당을 지역에서 민주당 재선 의원으로는 최초로 당선됐다. '증권맨' 출신이며, 자본시장 및 금융·경제정책 전문가로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김 의원은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에서 근무하다 2002년 성남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으며, 20대와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실용주의적 성향으로 민주당 내에서 부동산 문제, 가상자산, 자본시장 등 분야에 대한 합리적 경제전문가로 분류된다. 상임위는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운영위원회·정무위원회(간사)를 거치고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직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