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테크페어'에서 이뤄진 미래 전략과 비전 공유가 우리 소부장 산업의 기초 체력을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런 협력이 필요합니다. 산업·기술·자원의 전략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테크페어가 수요·공급 기업 간 연대 협력 강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가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2013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이하 산기평)과 전자신문은 글로벌 소재 기업 기술 책임자와 국내 소재 산업 종사자 간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소재뿐 아니라 부품·장비를 아우르는 제조업 전반 수요·공급 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지금까지 테크페어에 참여한 소부장 산업 관계자는 5200명이 넘는다.
전윤종 산기평 원장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소부장 테크 페어 행사 중요성은 한층 커졌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부터 최근 코로나19, 요소수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기존 공급망 대응 전략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테크페어와 같은 연대와 교류, 협력으로 당면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기업은 미래 기술 전략을 외부에 공개하길 꺼려한다. 반면에 테크페어에서는 소부장 수요 기업이 기술 로드맵을 발표한다. 이는 공급기업 연구개발(R&D)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수요·공급 기업 일대일 상담회는 더 나아가 협력 사업을 구체화한다. 수요 기업이 필요한 것과 공급 기업이 개발하는 제품 간 긴밀한 연결고리를 만든다. 전 원장은 이를 '산업계 연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주로 중소·중견기업이 포진한 우리 소부장 공급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에 탄탄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요·공급 생태계를 강화하는 건 산기평 주요 미션이기도 하다. 견고한 생태계만이 소부장뿐 아니라 제조산업 전반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이 전 원장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제조산업은 최종 완성품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중간재 제조 기술을 해외에 의존만 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위협을 받게 된다”며 “수요·공급 연대로 중간재 공급 안정화를 이뤄 글로벌 공급망 단절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테크페어와 같은 교류의 장 외에 R&D 지원도 소부장 산업 경쟁력 확보의 선결 조건이다. 산기평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등으로 411개 R&D 과제를 지원했다. 100대 핵심 품목 중 76대 품목 대상이다. 매출 4134억원, 민간 투자 4231억원, 고용 2381명이라는 성과도 창출했다. 독자 특허도 1069건 출원했다.
산기평은 핵심 전략 기술이 최근 100대 품목에서 150대 품목으로 늘어난 만큼 지원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 소부장 기업 기술과 사업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용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R&D 지원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도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전 원장 계획이다. 그는 “내년 지원 과제부터는 소부장 R&D에 다수 수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제를 기획하겠다”며 “공급망 안정화와 더불어 미래 공급망 선도를 목표로 첨단 R&D 비중을 확대, 우리 소부장 기업이 혁신 기술을 개발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10주년을 맞은 2022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는 29일 코엑스에서 열린다. 마이크 핵 UDC 부사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LG화학, 앱솔릭스(SKC 자회사)에서 자사 로드맵을 발표한다. 사전등록을 통해 무료로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