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의 생산이 잠정 중단됐다. 전 국민의 88%가 1·2차 기초 백신을 접종한 데다 수요가 저조하고 해외에선 아직 품목허가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스카이코비원 100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9월 초도물량 61만회분이 공급돼 아직 939만회분의 추가 도입 물량이 남아 있다. 질병관리청은 도입되지 않은 물량도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백신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전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계약한 만큼 약속한 구매는 진행해야겠지만 변화가 없으면 그대로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스카이코비원의 생산 중단은 국내 백신 산업의 한계를 보여 준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체 백신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경쟁사보다 상용화가 늦은 탓에 어려움을 맞은 것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이달 초 한 간담회에서 “새로운 감염병이 오면 글로벌 파트너와 힘을 합쳐서 대응 백신을 100일 안에 개발, 6개월 내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글로벌 기업과의 개발 속도 차이에서 오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다만 이는 홀로 할 수 없다. 스카이코비원 사례는 어렵게 개발에 성공했으나 경제성이 떨어진 경우다. 국가 보건 및 안보와 밀접한 이슈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오롯이 기업이 걸머진 구조다. 백신과 같은 전략물자를 개발할 때는 국가가 리스크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백신 주권 지연 등 여파가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민간 기업에 개발 리스크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언제 다시 또 다른 감염병이 창궐할지 모른다. 실패가 아니라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