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가 내년 상반기 제주도에서 '저탄소전원 계약시장'을 시범 도입한다. 우선 장주기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을 시범 사업으로 향후 대상을 확대한다. 현물시장으로 운영되던 우리나라 전력시장에 계약시장이 첫 도입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전력시장 다원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 관련 규칙개정(안)'을 지난 21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전력시장규칙개정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규칙 개정이 의결되면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 제도가 마련될 전망이다.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은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같은 전기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 양수, 동기조상기 등 저탄소 전원을 대상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전력시장을 말한다. 기존에 전력도매가격(SMP)과 용량요금(CP) 등 '현물시장' 중심 현행 전력시장에 장기 '계약시장'을 처음으로 도입할 전망이다. 20년 간 이어졌던 전력시장을 바꿀 수 있는 시작점으로 꼽힌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규칙 개정과 함께 우선 내년 제주도에서 4시간 이상 장주기 BESS를 대상으로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한다. 예정 물량은 60㎿ 이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하면 에너지저장장치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정비에 대한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서 필요한 에너지저장장치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돼 출력제어가 빈번한 제주도에는 BESS가 필요한데 투자는 침체돼 있다”면서 “이번에 중앙계약시장을 도입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 도입은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에 적합했던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가 개편되는 '시작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에서 '저탄소 전원 대상 계약시장 개설 등 전력시장 다원화'를 세부 과제로 제시했다. 또 연내 확정될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신규 저탄소 전원 전용 전력거래시장'을 명시한다.
전력거래소는 향후 저탄소 전원 중앙계약시장을 BESS 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양수발전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저탄소 전원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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