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의 블라디미르 마케이 외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급사했다. 평소 앓던 지병이 없던 것으로 알려진 64세의 마케이 장관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이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날 미국 CNN 방송과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을 앞두고 있던 마케이 장관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벨타는 “그가 평소 지병을 앓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안톤 게라센코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트위터에 “마케이 장관이 독살됐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케이 장관은 지난 2012년부터 외무장관으로 재직하며 2020년까지 벨라루스 내에서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후 친러시아 노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와 뜻을 함께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긴 했으나, 여전히 서방과 소통하는 유일한 벨라루스 수뇌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마케이 장관은 루카셴코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며, 러시아의 영향을 받지 않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전했다. 서방에 우호적인 마케이 장관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뒤를 이을까 염려한 러시아가 그를 독살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가 사망하기 하루 전에는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라인폼이 미국 싱크탱크 로버트 랜싱 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군 정보부에 루카셴코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나리오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오른팔로 불리는 루카셴코지만, 그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 벨라루스의 참전을 미루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푸틴이 암살 시나리오를 통해 벨라루스를 참전시키려 한다는 것이 우크라인폼의 주장이다.
다만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마케이 장관의 사망 소식에 러 외교부 관계자들도 충격을 받았다”며 “조만간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할 것”이라고 암살설을 일축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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