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 취소가 결정된 5세대(5G) 이동통신 28㎓ 주파수의 향방에 관심이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며 해당 주파수의 본 용도대로 이통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 버라이즌 등이 활용하는 것과 같이 공연장, 경기장 등 인구 밀집 지역에 핫스폿 서비스 등을 공급할 사업자를 우선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확장현실(XR) 서비스 등을 통해 일반 이용자까지도 5G 28㎓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국내에 5G 28㎓ 스마트폰이 공급된다면 다양한 장소에서 서비스를 체험할 기회도 마련된다.
다만 800㎒ 폭이라는 넓은 대역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가 쉽게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이통사에 공급한 것과 같이 해당 대역 800㎒를 쪼개지 않고 통으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등 5G 특화망을 통해 28㎓를 사용한 대형 사업자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네이버와 같은 5G 특화망사업자는 600㎒ 폭을 이용해서 특정 건물·지역에 한해 활용한 경험만 있다. 과기정통부가 원하는 대로 이통사업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은 있을지 의문이다.
과기정통부가 해당 주파수를 무조건 통신용으로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용도와 사업자로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능성 짙은 용도로 위성을 고려할 수 있다. 위성은 이미 옆 대역인 29.6~31㎓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도 위성은 저대역에서 중대역 주파수를 선호하는 이통 사업을 피해 고주파 대역을 많이 사용했다. 지금도 글로벌 사업자들은 27~31㎓ 대역을 통해 지상 게이트웨이에서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는 업링크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이 상용화되면 국내 인터넷 인프라 특성상 기업·소비자간거래(B2C)보다 이를 기업용(B2B) 서비스로 제공할 공산이 더 높다. 고주파 대역은 더 넓은 대역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용자에게 더 빠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대용량 데이터 등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위성용으로 해당 주파수를 할당한다 해서 이통용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위성통신용 게이트웨이가 구축된 지역에서 이통용 28㎓ 기지국 구축을 피하면 주파수 혼·간섭 우려가 적다. 이통용도 특정 지역 중심으로 구축되는 사례가 많아 위성용 게이트웨이와 지역이 중복될 공산도 낮다.
해당 대역에서 통신과 위성 주파수가 공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글로벌 위성통신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해당 대역에 이통 주파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이들에게 일종의 규약이나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이면 과기정통부의 고민이 반영된 28㎓ 주파수의 향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할 때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