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험인증기관은 국내업체를 도와주기 위해 설립됐는데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받은 돈으로 외국 제조업체를 도와주는 실정입니다.”
한 독자가 국내 시험인증기관 해외 진출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고 시험인증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기사에 대해 보낸 의견이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비영리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일부 타당한 지적이다.
그렇다고 국내 시험인증시장에서 국내업체를 지원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시험인증기관 목표를 국내 지원에 놓는다면 이는 시험인증을 보조 역할로 보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시험인증을 '산업'으로 접근하려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시장에서 시험인증은 지식서비스 산업이다.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하는 기술 전쟁터다. 시험·인증·검증 등은 제품을 넘어 서비스·경영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보조 역할로만 인식하면 '우물 안 개구리' 꼴이 된다.
정부가 2010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으로 시험 인증기관을 통합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함이다. 시험인증을 산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보조 역할로 한정했다면 통합의 필요성이 설득력을 획득했을지 의문이다.
시험인증시장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국내에도 이미 많은 글로벌 시험인증 업체가 들어왔다. 세계 매출 1위 기업인 스위스 SGS는 국내에서 지난해 178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시험·인증·검증은 제품을 넘어 서비스·경영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험인증업체는 시험인증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증을 만들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신산업 연구개발(R&D)에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미 시험인증은 글로벌 레벨에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시험인증기관도 서둘러 세계 무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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