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업생태계 성장 동력, 여전히 기업가정신이다

김아랑 아산나눔재단 사업본부장.(아산나눔재단 제공)
김아랑 아산나눔재단 사업본부장.(아산나눔재단 제공)

전국에 기업가정신과 창업문화를 확산하는 한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아산나눔재단이 시작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가 올해로 만 10년을 맞았다. 대회를 통해 배출된 스타트업만 총 112개사에 이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1회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마이리얼트립'이 있다. 당시 이동건 대표 포함 2명이 시작한 사업은 현재 우리나라 대표 여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다양한 혁신이 일고 있다. 혁신 주체를 가만히 살펴보면 '스타트업'이 주역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과거에는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대기업이 오히려 스타트업 혁신 방법을 배우려고 할 정도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은 양·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아산나눔재단이 지난해 펴낸 '한국의 창업생태계 경쟁력 제고 위한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창업 대중화'를 실현했다고 봤다. 한국 창업률은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을 포함한 7개 국가 가운데 활동기업 총수 대비 3위(15.0%)를 기록했지만 인구수 대비 1위(1.83%)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국 초기창업 활동(TEA) 지수는 2위(14.2%)에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10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 금액은 45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761억원) 대비 21.7% 감소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벤처 투자 시장까지 어렵다고 하는 때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때에도 좋은 팀과 훌륭한 창업가는 끊임없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어렵다고 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창업가와 창업생태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혁신적 아이디어, 똑똑한 팀원, 풍부한 자본 등을 창업 성공 요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다음으로는 창업가의 실행력이나 추진력을 성공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한 창업가가 말하는 더 큰 성공 요인은 조금 달랐다. 물론 기발한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순간일 수도, 투자를 크게 받은 순간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실패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버티던 그 어렵던 순간을 더 큰 성공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업을 하며 시련을 겪은 창업가가 실패의 순간 엄청난 끈기를 발휘, 다시 일어선 순간이 성공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적 방법으로 오뚝이처럼 다시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지난 10년 동안 청년창업 지원 사업을 펼치는 곳에서 다양한 일을 맡아 해 오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창업생태계를 목도했다. 풍부한 자원과 훌륭한 인재 및 든든한 지원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답보 상태의 규제개혁, 경제 위기로 인한 투자 시장 위축, 생태계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등 어려울 때가 훨씬 많았다. 그런 때마다 이를 헤쳐 나갈 힘은 '기업가정신'에서 나온다고 본다.

창업생태계를 둘러싼 환경이 계속해서 변하는 것처럼 기업가정신 또한 환경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좀 더 효과적·효율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는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창업생태계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기제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믿는다.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청년 창업가가 마음껏 도전하고 성장하며, 국내 창업생태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아랑 아산나눔재단 사업본부장 arkim@asan-nan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