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이 가장 큰 자산인 우리나라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오늘날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의 육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 어젠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중국 등 주요국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친화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전략과 정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인력 양성과 관련된 대통령의 강한 질타 이후 10년 동안 15만명의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이 1개월여 만에 급하게 발표된 바 있다. 전년도에 발표된 10년간 3만6000명의 인력 양성방안과 비교할 때 이 규모와 수치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도 갈린다. 물론 국가 주요 전략산업 분야의 인력난에 대한 발빠른 대처는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중점적·집중적 인력 양성 지원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관련 업계나 전문가 우려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에 인력이 필요한 건 지금 당장인데 이 시점에서 대학 정원을 늘리고 반도체 관련 교육을 시작하면 현장 투입이 가능한 4~5년 이후에도 이 요구와 수요가 여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지난 8월 디지털 시대의 주인공이 될 100만 인재를 앞으로 5년에 걸쳐 양성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관계 부처는 전 국민의 디지털 교육 기회 확대와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영역별, 전공 분야별, 수준별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교육계 및 산업계 등과 협력해 다양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100만 인재양성'은 전문 인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삶과 전공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이 '100만'이라는 수치가 어떠한 근거로 도출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적절한 설명이 없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다양한 관련 연구기관의 실태조사를 근거로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취업자 순증가분과 대체 수요를 고려하여 74만명 정도의 수요가 예측되며, 여기에 취업률 등을 감안한다면 필요 인재가 1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수요예측은 74만이었지만 인재 양성을 100만명으로 잡아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교육부도 디지털 분야는 기술발전 속도와 경기 변동이 크고 일반 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복합되어 디지털 인재 수요에 대한 정밀한 전망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처럼 핵심적인 정책적 사안에 대해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행정의 선진화나 성과 도출에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12월 10일부터 '데이터기반행정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데이터기반행정법)이 시행되면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대해 정부는 물론 산업계와 학계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법률의 핵심은 데이터를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기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 기반의 접근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이해관계자의 여러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해서 이를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전향적인 의사결정을 하기가 용이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앞에서 논의한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방안'이 “명확한 관련 데이터를 근거로 한 예측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여 제시되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적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가공·분석해야 하고,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춘 전문 인력도 확보, 배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업무에 적용하여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인식 전환과 행정에서의 업무문화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미량 성균관대 교수, 데이터기반행정활성화위원회 위원장 mrkim@skk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