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서 2024년 2분기까지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각종 경기 지표가 하락세를 보임에 따라 정책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현 경기국면에 대한 진단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우리 경제의 수축기가 평균 18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2024년 2분기까지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관련 지표도 하락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상황을 보여 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 흐름에서 10월 보합세를 보인 후 11~12월 중 하락세로의 전환이 예상됐다. 동행종합지수는 고용, 생산, 소비, 투자, 대외 여건 등을 보여 주는 지표로 구성된다. 경기순환에 앞서 변동하는 지표로 구성된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 101.9에서 올해 10월 99.2로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보고서는 전례 없이 강력한 긴축이 동반됨에 따라 경기 단기 급락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시차가 적어도 2분기로, 3분기 내외에 효과가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7월부터 시작된 고강도 긴축 영향이 내년 1분기께 본격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비 여력과 투자·수출도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6월부터 시작된 소비심리지수 하락,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 증가, 자산가격 하락 등이 소비 여력을 약화시켰다. 설비 투자 분야도 기업 자본조달 비용과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 중심으로의 부진을 전망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가격이 하락하며, 해당 부문의 투자 심리가 악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경기 단기 급락 위험을 방지하고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정책 대응에 나서는 한편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기업 자금난 지원 △고금리 취약부문 지원 △경제의 저탄소화, 공급망 안정화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자본조달 비용 증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기업 자금난이 확대되는 가운데 자금경색 완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 20조원 규모 가운데 가용재원인 1조6000억원을 우선 가동하기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집행 확대를 제안했다.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경제 저탄소화와 공급망 안정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급망 기본법'을 조속히 제정, 에너지·원자재 공급 안정화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경제주체가 이미 체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대내외 여건이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대응에 적극 나서는 한편 타격 받는 부문을 지원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안정화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