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내년 수출 감소 전망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 영향이 가장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함께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 산업의 호황 국면도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갈등으로 공급망에 변동이 생기는 등 새 통상 규범도 확립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세계 경제가 2% 중·후반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전망을 산정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무역분쟁을 변수로 꼽았다.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IT 특수가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탈세계화 흐름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무역과 통상, 공급망이 도미노처럼 상호 연쇄 작용해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한 분야에서 타격과 돌발이 발생하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세계 IT 수요도 감소가 전망된다.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의 수입 수요도 둔화가 예상된다. 이는 내년 우리나라 수출에 결정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올해 예상치 대비 수출이 15.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단가 하락과 함께 전방산업의 수요 축소로 이어지게 된다. 석유화학(-9.4%) 또한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수요 감소, 설비 증축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에 일부 품목은 올해보다 좋은 수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2.3%)는 하이엔드 IT 단말기 수요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1.9%)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 전기차 수출 확대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무협은 최근 세계 통상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이 주의 깊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 주요국의 보조금 경쟁, 수출통제와 더불어 믿을 만한 동맹끼리 뭉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정책도 주시해야 한다. 또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 흐름이 가속화하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권침해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실사법 등 새 통상규범도 확산하고 있는 점에 주의를 집중시켜야 한다.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6900억달러로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수출 경쟁력이 뛰어나다. 실제 무협이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1~9월 기준 세계 6위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세계 5위 수출국인 일본과의 수출 격차는 339억달러로 역대 최소로 줄었다.
다만 올해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무역적자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협은 올해 수입이 전년 대비 19.5% 증가한 7350억달러, 무역수지는 450억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