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지휘봉을 잡은 이재명 대표가 취임 100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100여일 동안 '민생'을 강조하며 달려왔다. 반면에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이 구속되며 정치적 위기도 동시에 맞이했다.
이 대표는 연일 '민생'을 강조하며 사법리스크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이 따뜻한 민생예산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고,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청 현장최고위원회에선 “민생 예산을 챙기기 위한 민주당 노력을 정부·여당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민생을 강조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당대표 당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설치를 가장 먼저 지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현장최고위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직접 들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초부자 감세'로 정의하며 공공임대주택 예산삭감 저지하고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쌀값안정화법)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정면돌파'라는 이 대표 특유의 과감한 정치 스타일도 부각됐다.
지난 9월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포항을 찾아 특별재난지역선포에 협조 메시지를 던지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재난 대응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그림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과 전당대회 과정에서 사법리스크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최근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이 구속 시한이 만료된 이후 이 대표 관련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점은 뼈 아프다. 취임 100일이 됐지만, 사법리스크는 과제는 풀리기 보다는 점 점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강조하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다.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며 “사법리스크가 정리돼야 하는데 본인 의지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이 대표는 정치 무대에 입성한 뒤로 순탄하게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다. 이 대표가 당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는 계속 반복돼왔던 것”이라며 “이 대표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가야 한다.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의 길을 달리 걸어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