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던 철도 차량정리(입환) 작업 환경이 무선제어 시스템 도입으로 크게 바뀔 전망이다. 2018년 시범용으로 도입된 후 장비 가격폭등, 면허제도 미비, 노조의 암묵적 반대 등 우여곡절이 많아 실제 도입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시범 도입 4년 만에 기반 마련으로 물꼬가 트였다.
5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공사는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제반 환경이 조성돼 2024년까지 13대를 구매해 입환기 상주역에 모두 설치할 계획이다.
무선 입환은 기관사 없이 작업자가 무선 제어기(리모콘)를 통해 기관차를 움직이면서 열차를 정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기존에는 기관사와 작업자가 무선기로 교신하면서 작업을 하다보니, 통신상태나 작업환경에 따라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위험한 일이 많았다. 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 기관사가 열차를 움직이거나 열차가 다가오는 것을 작업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사망사고까지 일어났다. 반면에 무선 입환기를 도입한 미국 등에서는 사고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국내 제철소 등에서도 무선 전환 후 사망사고가 없었다.
철도공사는 2018년 2대를 시범용으로 도입해 교육훈련까지 진행했지만 이후 인력·예산 등 문제로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6대를 구매하려고 예산을 확보했으나 1억6000만원이었던 장비가 갑자가 4억3000만원으로 2.5배 넘게 폭등하며 계획이 틀어졌다. 결국 구매 계획은 올해로 넘어와 연말까지 3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투자심의를 거쳐 10대를 더 구매할 계획이다. 기존 시범용까지 합치면 2024년까지 총 15대를 마련하게 된다. 제천조차장(2개소), 오봉(2개소), 대전조차장, 도담, 영주, 수색, 동해, 의왕, 국수, 가야 등 11개역 13개소에서 56억원을 들여 도입한다. 무선입환 시스템은 사용자제어장치 2기와 기관차 제어장치, 안테나, 모뎀으로 구성된다. 11개 역에는 2024년까지 모든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장비 가격뿐만 아니라 노조의 암묵적인 반대도 무선 입환기 도입의 걸림돌이었다. 역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운수분야는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반면에 운전분야에서는 기관사 역할이 없어질 것을 우려했다. 노조가 도입에 미온적이서 공사 역시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최근 오봉역에서 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무선 입환기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노조도 '반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선 입환기를 활용하는 인력양성만 과제로 남았다. 국토교통부는 작업자가 무선 입환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장비 면허를 획득하고 실무 교육까지 거치도록 했다. 현재 면허는 14명이 받았으며, 그 중 실무 교육까지는 수료한 사람은 12명이다. 공사는 신규채용을 포함해 2년 동안 70~8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입환기 작업이 시급한데다 입환 작업 중에는 차량 속도가 저속인 점 등을 들어 까다로운 면허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80시간 교육으로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무선제어를 도입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는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