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4개월된 남아가 법정 소송의 중심에 섰다. 아이의 부모가 긴급 수술이 필요한 아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안전한 피’로 수혈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부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한 부모가 4개월 난 아들의 폐동맥판협착증(PVS) 수술에 코로나 ‘백신 미접종 피’를 사용해줄 것을 의료진에 요구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보건관리청은 백신 접종 여부가 수혈에 위험을 주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분리해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거절 요인 중 하나다.
이에 가족 측은 반발했다. 수 그레이 변호사에 따르면 아이의 어머니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전령RNA) 기술이 적용된 백신으로 스파이크 단백질이 잔류, 혈액이 오염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mRNA 백신을 맞지 않은 '안전한 피'를 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의 아버지 역시 “우리는 코로나 예방 접종으로 더럽혀진 피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고 있어 하루빨리 수술이 필요하지만 부모의 단호한 거부로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 혈액을 준비할 며칠 정도는 괜찮다”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부모의 설명과 달리 아이는 폐동맥판협착증 중에서도 심각한 사례라는 것이 보건관리청 설명이다. 관계자는 “아이의 심장이 뛸 때마다 증상이 위독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당국은 아이를 일시적으로 가족으로부터 격리한 후 보호권을 부여받아 수술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오는 6일 이에 대한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NYT는 코로나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뉴질랜드에서조차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논평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는 이 아이 가족의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관련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국의 조치로 되레 이 부모는 백신 반대 운동가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아이가 입원한 병원 밖에는 가족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오클랜드 고등법원 앞에는 약 150명에 달하는 안티 백서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아이의 수술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입장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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