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주파수가 문제다. 주파수는 높은 대역일수록 전송 가능한 정보량이 많아 고용량 서비스에 적합하다. 고대역 밀리미터파인 28㎓ 대역은 인구가 밀집된 곳에서 XR, AR, VR 등 고용량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하다. 이러한 고대역 밀리미터파 주파수의 특성을 고려, 2018년 정부는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이동전화용으로 3.5㎓ 대역 외 28㎓ 대역을 동시에 할당했다. 지난 11월 18일에는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받은 3개사 가운데 1개사는 이용기간이 단축되고 2개사에는 할당 취소처분이 내려졌다. 이행 점검 결과 구축된 무선설비 물량이 할당 조건의 10%대에 불과한 것이 이번 행정 처분의 주요 이유다.
28㎓ 대역은 공기 중의 수증기, 비 등의 강수 감소로 그동안 방송·통신 분야에 많이 활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상용화가 가능하게 됐으며, 밀리미터파의 모멘텀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에서 28㎓를 지원하는 제품이 이미 50종 이상 출시됐고, 스마트폰이 6000만대 이상 판매됐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신 3사는 3.5㎓ 대역에서 할당(100㎒)받은 대역의 8배에 해당하는 800㎒ 대역 폭을 28㎓대역에서 할당받았다. 5G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6㎓ 이하와 28㎓를 아우르는 모든 대역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할당받은 넓은 대역 폭을 통해 5G의 기술적 장점이자 차별화 요소인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성 지원에 더 적합하다. 3.5㎓는 전국망의 넓은 커버리지 확보에 유리하며, 광대역을 활용한 진보된 5G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28㎓를 병행 구축하는 것이 필수다. 풍부한 대역을 활용해 소비자·기업·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전례 없는 용량과 멀티 기가비트급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함께 6G 논의가 벌써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6G 또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어드밴스드(Advanced) 5G 실현을 통한 5G 완성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이미 밝혔듯이 28㎓ 대역은 6G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사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6G에서는 더 빠른 속도와 그동안의 통신기술에 비해 혁신적인 저지연성이 구현되는데 이를 위해 저중대역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발굴하고 이를 이통용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아가 6G에서는 28㎓ 대역보다 더 도전적인 95㎓에서 3㎔ 범위의 sub-㎔와 ㎔ 대역의 활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미 IMT로 지정된 28㎓에서의 2400㎒의 대역 폭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WRC-19에서 이 대역의 일부를 포함하는 n258(24.25~27.5㎓) 밴드를 글로벌 IMT 대역으로 지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모바일 리더십은 혁신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DNA에서 시작됐다. CDMA 채택을 통해 한국 제조사는 글로벌 IT 강자로 발돋움했고, 이통사는 이제 통신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28㎓ 활용을 위한 도전 없이는 그동안 그렇게 그려 오던 5G의 완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우주국이 결합된 6G 통신에서의 리더십마저 흔들릴 우려가 있다. 28㎓ 주파수 활용을 마중물 삼아 국내 제조사와 이통사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고, 이음5G를 통한 다양한 산업 전파 자원을 이용, 전 국토에 강화된 신경망 역할을 하는 6G-위성통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약점으로 늘 지적 받아 온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및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개발, 후방생태계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새로운 망을 구축하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점을 고려해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에게 다양한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민·관 협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에서 세계 최고 5G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28㎓의 충분한 경험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로 미래 6G 통신시장을 선도하고 우주 영토도 확장할 수 있는 K-스펙트럼 시대를 기대해 본다.
권오상 미디어 미래연구소 센터장 osang.kweon@mf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