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기존의 비합리적 관행을 바꿀 힘이 없다. 기득권 저항과 기존 산업군 손실 배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타다 등 혁신 서비스가 시장의 강한 저항을 받는 이유다. 따라서 미래 전문가들은 새로워야 한다고 외친다. 게임 룰을 바꿔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런 관점에서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그 혁신적 대안 가운데 하나가 회색영역 시장이다.
회색영역(gray zone) 시장이란 정부 예산의 한계성 때문에 공공영역(Public zone)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여기에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시장(Private zone)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장을 말한다. 그러나 인류사회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는 공공과 민간의 중간에 존재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인류가 발전하고 다양한 행복 수요가 확대될수록 회색영역은 무한 확장성이 높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 삶에 불편을 제거하고, 사회적 손실을 줄이면서 기존 산업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회색영역 창출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뜨거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도전정신이 회색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돼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야 한다. 회색영역이라는 룰이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소비자층이 넓게 잠재해 있는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고객의 필요한 것(Needs), 갖고 싶은 것(Wants), 하고 싶은 것(Demands)이 잠재해 있는 수요자층이 넓게 퍼져 있어야 한다. 지금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혁신적 기업가가 그 필요성과 보상·혜택을 제시한다면 새로이 창출될 시장이다.
둘째 사회적 비용이 높은 시장이다. 이제껏 자본주의 시장은 큰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발전과 성장 그늘이 따라다녔다. 사회적 비용은 누적되면 '깨진 유리창 법칙'이 경고하는 대로 비용을 넘어 안전과 위생·건강 분야에 인류사회 지속성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회색영역은 사회적 비용이 큰 분야에 초점을 맞춰 미래 손실을 줄이려는 시장이다.
셋째 기존 산업의 거부감이 적고 함께할 수 있는 상생의 비즈니스여야 한다. 아무리 잠재수요가 높고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혁신 분야라 하더라도 기존 산업 구성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업은 회색영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강력한 저항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반면 공공과 민간 모두에게 인기 없는, 그러나 인류사회의 지속성을 위해 필요한 회색영역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혁신 스타트업이 사전에 숙지해야 할 필수 개념이 있다. 바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웹(web) 3.0이다. 회색영역 시장에서 웹 3.0은 사회적 공동선(소셜임팩트) 달성을 위한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 참여가 활성화되고, 참여자에 대한 참여 금융 보상(reward)과 이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분산형자율조직(DAO)이 결합되는 메커니즘이다. 블록체인, AI, 빅데이터, VR, 메타버스라는 기술은 이 웹 3.0 구현에 필요한 요소기술일 뿐 최종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 두기 바란다.
이와 함께 임팩트 금융을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에 도입해야 한다. 회색영역 시장은 공공에는 힘이 미치지 못하고 민간에서는 외면되는 비매력적 시장이다. 이 비매력적 시장에 필요한 것이 바로 수혜자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참여 노력과 보상이다. 참여 금융으로 해석되는 임팩트 금융은 소비자 스스로 자신들의 숨은 욕구와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장에서 운영되는 금융시스템이다. 이미 상조, 보험, 공제회, 클라우드 펀딩, 협동조합 등은 소비자 주도의 회색영역을 여는 대표 비즈니스 모델이다. 앞으로 게임 룰을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은 회색시장 진입 설계와 더불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이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임팩트 금융 모델이 포함된 투명성 높은 웹 3.0 모델로 설계돼야 한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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