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동 출장을 마치고 9일 아침 귀국했다. 이날 방한하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RM 공동인수 추진 건과 PC 사업 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회장 취임 후 첫 출장으로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로 떠났던 이 회장은 이날 아침 귀국했다. 전날인 8일 예정됐던 재판에 불참해 출장 일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와 다르게 이튿날 돌아왔다.
이 회장이 중동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이날 방한중인 겔싱어 인텔 CEO와의 비지니스 미팅이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겔싱어 CEO는 연말 일본과 대만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동남아 출장을 진행중이다.
겔싱어 CEO의 한국 방문은 지난 5월 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년 안에 인텔 최고경영자가 한국을 2번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겔싱어 CEO가 삼성전자와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겔싱어 CEO는 ARM 인수와 관련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앞서 ARM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회동에서는 중장기적이고 포괄적 협력방안만 논의됐을 뿐 ARM 지분 매각 등 구체적 내용을 협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각각 ARM 지분 75%, 25%를 보유했다. ARM은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검토하는 후보군에 속한 업체로 알려지면서 꾸준하게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자업계는 겔싱어 CEO가 이번 방한에서 ARM 인수 관련 외에 PC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내다 봤다. 겔싱어 CEO가 이번 동남아 출장에서 PC 제조사들을 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파트너사를 방문하고 PC·서버 산업 공급망 등 관련해 이 회장과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반도체 부분에서는 경쟁구도이지만 PC 등 IT기기 제조 부문에서는 협력관계다.
한편, 이 회장은 이번 중동 출장에서 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오지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 원전 방문에 앞서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삼성전자 중동 지역 법인장을 만나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