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년 예산안 감액 요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와 관련해서도 조건을 대폭 양보했음에도 야당의 입장이 완강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해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 편성을 마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 부총리는 민주당이 제시한 감액 규모에 대해 “국회의 적정 감액 규모는 과거 실질 감액 규모에서 내년의 총지출 증가율을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한 감액 규모는 1조3000억원인데 민주당 입장을 고려해 감액 규모를 늘렸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감액 규모는 7조7000억원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100조원씩 빚을 내서 예산을 편성하고 높은 총지출 증가율 상태에서 국회가 예산을 감액해 그 돈을 쓰겠다는 인식이 있다”며 “정부는 최대 3조원까지 제시했지만 야당은 최소 5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준예산 편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준예산은 의원 내각제 시절 국회가 해산돼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비상수단으로 들어온 제도”라며 “대통령제 하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준예산을 편성하면 우리 경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 위기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준예산은 상상해서도 안되는 것이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산안 부수법안인 세제개편안의 경우 금투세 유예와 관련해 조건을 완화해 제시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금투세 유예 시기 대주주 대상을 조정하는 부분은 양보할 수 있다”며 “1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 접점을 찾고 전향적인 자세를 갖겠다고 했지만 야당의 입장이 완강하다”고 설명했다. 금투세는 세제개편안의 주요 쟁점 법안 중 하나로 당초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어려운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하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또다른 쟁점인 종합부동산세는 이견을 상당히 좁혔다는 게 추 부총리의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여야가 고가 주택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곶에 대상도 정부가 제시한 매출액 1조원 미만에서 5000~6000억원 선으로 조정하고 공제 한도도 최대 1000억원으로 하향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법인세율 인하의 경우 정부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2년 유예안에 동의했지만 야당이 이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로 보는 인식부터 잘못됐다”며 “새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몇 년 뒤 평가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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