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무이자 할부에 1300만원(18.5%) 할인.' 이달 아우디가 2023년형 A6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내건 파격 조건이다.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신차·중고차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카플레이션' 현상이 한풀 꺾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대규모 할인 경쟁에 들어갔다.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넘는 역전 현상도 사라졌다.
현대차는 이달 경차 캐스퍼 100만원 할인 혜택을 내놨다. 쉐보레는 현금 할인, 저리 할부, 빠른 출고를 제시했다. 현금 할인 폭은 트래버스 400만원, 콜로라도 200만원, 트레일블레이저 80만원이다. 7년 이상 노후 차량 보유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르노코리아차는 연말까지 전 차종 4.9% 할부 상품을 제공한다. 별도의 현금 선수금 없이 전액 할부로도 이용할 수 있다.
수입차 업계는 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할부 금리가 최대 10%까지 치솟았지만 현금 할인은 물론 최장 48개월 무이자 상품을 내놨다. 아우디는 주요 수입차 가운데 혜택 폭이 가장 크다. 계열사 금융상품으로 계약하면 차종별로 12.0~18.5%를 할인해 주고, 무이자·저금리 할부까지 지원한다. 소비자는 'A6 45 TFSI'를 18.5%(약 1300만원) 할인받아 36개월 무이자로 살 수 있다
폭스바겐은 티구안(2.0 TDI 프리미엄) 대상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선보였다. 제타(1.5 TSI 프리미엄) 구매 고객에게는 월 납부금을 30만원대로 낮춘 잔가 보장 할부를 제공한다. 캐딜락은 차종별 최장 48개월, 마세라티는 전 차종 24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한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재고 소진을 위해 딜러별 판촉 활동에 나섰다. BMW는 주력 세단 5시리즈를 800만~1000만원 할인해 준다. 벤츠도 전기차 EQS를 900만원 할인하는 등 판촉 강화에 동참했다.
신차 출고 기간도 크게 줄었다. 현대차·기아의 이달 신차 인도 기간은 전달보다 1∼5개월 짧아졌다. 제네시스 G80은 10개월에서 6개월로 지난달보다 4개월 빨리 차량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할부 이율 조회 후 출고를 포기하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대기 고객 감소로 내년부터 출고 기간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반사이익을 본 중고차 시세도 하향 안정화 추세다. 중고차 플랫폼 첫차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달 중고차 시세가 약세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2021년식 주행거리 3만㎞ 이하 기준 중고차 시세는 전달보다 7.7% 떨어졌다.
카플레이션 시대 마감이 수요 둔화가 원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내년 자동차 내수 시장 규모가 172만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공급난이 극심했던 올해보다 1.5% 늘어나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10.7% 감소한 수치다. KAMA는 “내년 각국 통화 정책의 긴축 전환으로 경기 침체가 예견됐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신규 내수 수요를 일부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