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도 여지없이 점쟁이 동물이 등장했다. 이번엔 중동 지역에서 열린 대회답게 '카밀라'라는 낙타가 주인공이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파울이라는 문어가 등장한 이후 월드컵마다 승부를 예측하는 동물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빅헤드라는 바다거북,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아킬레스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한편 인공지능(AI) 월드컵을 표방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모션센서가 설치된 축구공이 초당 500회씩 볼의 위치를 전송하고,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카메라가 선수들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해서 전송하면 AI가 데이터를 종합해 심판에게 반칙 여부를 알려준다. 심판과 출전 선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계진과 기자들도 발견하지 못한 오프사이드 반칙을 AI가 찾아내고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첨단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이와 함께 재미 위주로 보는 동물의 승부예측과는 달리 인구, GDP, FIFA 순위와 챔피언스 리그 성적, 선수 평균 연령 등 다양한 요소를 망라한 빅데이터 기반의 AI로 과학적인 승부 예측결과도 내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형편없었다.
세계 3대 AI 연구 기관인 영국 앨런튜링연구소는 이번 대회의 우승 가능성을 브라질, 벨기에, 아르헨티나 순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1872년 이후 모든 국제축구 경기 결과를 추적하고 10만번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벨기에는 16강에 들지도 못하고 탈락했다. 이번 AI 승부예측 서비스에서 정확히 스코어까지 맞춘 경우는 44경기 가운데 단 2경기에 불과했으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의 AI나 독일과 벨기에 공동연구팀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각국 대표팀의 과거 득점·실점 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고, 공격력과 수비력을 평가해서 수학 방정식을 통해 예측값을 내놓았다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도 다르지 않았다. LG유플러스도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에 AI 승부예측 결과를 월드컵 개최 이전에 공지했지만 경기 결과 정확도는 50% 수준이었다.
40만명이 넘는 축구팬이 참여한 '네이버 2022 카타르 월드컵 승부예측 이벤트'에서는 단 한 명도 16강 진출 국가를 맞히지 못해 참여자 전원이 탈락하기도 했다.
인디언 마을에 겨울이 다가오자 그 부족 사람들은 이번 겨울이 얼마나 추울지 걱정된 나머지 추장에게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요? 장작은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추장은 겨울은 당연히 추우니까 “올 겨울은 추울 테니까 장작을 많이 준비하세요”라며 상식 선에서 답변했다. 며칠 후 아무 생각없이 마을을 돌아보던 추장은 열심히 땔감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번 겨울은 매우 추울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사실 사람들은 추장이 무언가 확신할 정보나 신통력이 있어서 이번 겨울이 추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 생각해 땔감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추장은 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뛰어난 예지력이 있다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
땔감 준비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다시 추장에게 “이 정도면 충분할까요?”라고 물었다.
추장은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상당히 추울 것 같으니 더 많이 준비하세요”라고 대답했다. 또다시 마을 공터는 나무로 가득차고, 사람들은 열심히 땔감을 만들고 있다.
추장은 이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으면서 독백한다.
'저렇게 많은 땔감을 준비하는 걸 보니 진짜 올 겨울은 혹한이 틀림없을 거야….'
이른바 전문가들이 하는 예측을 비꼬는 우화다.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합리적이라는 '제한적 합리성', 각각 다른 단기적 의사 결정과 장기적 의사 결정 기준 때문에 결국 장기적으로 '자기절제 결여'로 보이는 비합리적 행동을 취한다는 연구 결과로 노벨상의 영예를 얻었다.
연일 언론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스타트업 대부분이 자금 조달이 안 되고 엑시트를 못해서 망할 거라는 기사로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이 나름의 이유가 있고 데이터도 제시하며 인터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인디언 추장이나 월드컵 예언 동물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한다. 투자정보 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기가 호황일 때는 비교적 규모가 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훨씬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지금이 오히려 비즈니스모델이 좋은 창업자에게 회사를 시작하기 좋은 시기일 수 있다. 이와 함께 투자시장이 위축되면 혁신부문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탄생한다.
또한 구글·아마존·트위터 등 기존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평상시에는 채용하기 어려운 뛰어난 인재에 대한 접근도 쉬워지고, 2021년의 기록적인 주식시장 활황으로 상당한 자본을 확보하며 엑시트에 성공한 혁신창업가들도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하거나 엔젤 투자자가 되어 유망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거기에다 시장이 좋을 때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국부펀드가 만든 투자펀드에도 아직 투자 가능한 재원이 풍부하다.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좋은 기술이나 인력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CVC, 대기업, 중견기업도 늘고 있다. 세상은 항상 혁신에 목말라 있으며, 이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혁신과 성장이다. 스타트업에 혹한기란 없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