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OTT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에서 놓치는 점

[ET시론]OTT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에서 놓치는 점

코로나19 이후 OTT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콘텐츠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비해 국내 OTT 플랫폼 산업의 질적 성장이 정체되면서 플랫폼 성장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다른 산업과 다르게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장 기회가 되던 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이 엔데믹으로 전환됨에 따라 오프라인 레저 및 경쟁으로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전통적인 플랫폼 유통시장과는 차별화되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변화를 주도하는 측과 주도하지 못하는 측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ET시론]OTT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에서 놓치는 점

글로벌 OTT의 한국 콘텐츠 시장 확대로 창작자와 제작자, 최종 콘텐츠 공급자인 플랫폼 사업자의 이익 배분에 대한 불공정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제작사와 OTT 사업자는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이 아직 미흡하고 기존 플랫폼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되고 있다. OTT 플랫폼은 양면시장 특성상 콘텐츠와 플랫폼, 플랫폼과 이용자의 다양한 거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OTT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지만 성장세 또는 성장 속도는 정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OTT 시장은 케이블TV 등 전통적인 플랫폼 시장의 소비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나스미디어(2022)
자료: 나스미디어(2022)

가입자 성장세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OTT 사업자는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게임 시장에 진출하거나 전략적으로 광고 기반 구독 모델을 도입하며 현재 성과를 측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단기 집중적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수급해 이용자의 구독료로 회수되는 장기 구조이기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서는 기업의 지속성에 의구심이 들고 있다. 국내 OTT 역시 이런 모델에서 아직 규모의 경제를 보여 주지 못하고 콘텐츠 시장 역시 제작단가가 올라가면서 글로벌 OTT와의 경쟁, 국내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영화관이나 TV보다 앞서 OTT에 공급되는 PVoD(Premium VoD)시장의 확대와 플랫폼마다 독점 콘텐츠를 공급해서 콘텐츠 접근성이 떨어져 중복 가입이 확대되는 '링 펜싱'(Ring-Fencing)효과로 중복 가입이 확대되는 등 점차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는 한 드라마의 여러 시즌을 하나의 OTT 플랫폼에서 소비하는 몰아보기가 OTT 서비스 장점으로 작용했다면 링 펜싱 효과로 말미암아 하나의 드라마를 소비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가입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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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OTT 플랫폼을 중복 구독한 이용자가 크게 증가하는 실정이다. 국내 역시 유사한 이용 행태를 보인다. 이는 일정 품질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가 크기 때문이며, 결국 콘텐츠 투자와 제작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수요 증가로 드라마 한편에 9억원에서 현재는 15억~30억원으로 제작비가 증가했고, 예능 역시 편당 1억원 안팎에서 많게는 10억원에 이르기까지 큰 폭으로 폭등했다. 물론 제작비 증가는 콘텐츠 장르 다양화 및 완성도 제고라고 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여 주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국내 OTT 사업자에는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료 : Frontier Economics 2022
자료 : Frontier Economics 2022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런티어 이코노믹스'(Frontier Economics)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VoD 가입자 수준에 비해 오리지널 콘텐츠 수가 비슷한 가입자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등보다 많고, 2~3배 이상인 프랑스·독일보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국내 OTT 플랫폼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가입자 규모에 비해 대규모·다량의 콘텐츠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얼마 전 유정주(더불어민주당)·성일종·이용호(이상 국민의힘) 의원이 감독 등 창작자의 추가 보상지급 청구권을 도입하고자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등과 같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작품에 대해 창작자에게 이익을 제대로 배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창작자는 국내외 방송, VoD, OTT 등 2차 시장에서 영상이 재상영 또는 재방영되는 것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이 법안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유사한 법이 통과·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8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박찬욱·김한민 감독 등이 추가 보상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추가보상금은 일종의 인센티브로, 창작자에게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더 좋은 창작 행위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제작사·배급사 및 플랫폼 사업자에도 연쇄적으로 이익이 증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작자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콘텐츠 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인을 제공한다는 주장이다. 이익 분배에 대한 사회적 분쟁을 해소함으로써 창작자, 제작자,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영상물 최종 제공자, 즉 플랫폼 사업자가 추가 보상을 부담하는 주체인지 여부다. 유사한 법안을 도입하고 있다고 논의되는 프랑스, 독일, 미국 같은 국가도 대부분 제작자와 저작권자의 이익 분배에 대한 개념이지 플랫폼 사업자에 보상을 청구하는 개념이 아니다.

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이용을 통해 순익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상관 없이 재사용할 때마다 무조건적인 추가 보상을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강하게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만일 콘텐츠를 유통했을 때 손해를 보는 경우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플랫폼 사업자가 전적으로 감당하고 창작자는 부담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추가적인 수익만 기대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주장이다.

콘텐츠 산업, 특히 영상 콘텐츠 산업은 대부분 이해관계자가 다수의 콘텐츠로 본 손해를 이른바 '대박' 친 콘텐츠로 손실을 메우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추가보상권을 보장하게 되면 제작자와 플랫폼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유명 감독과 작가에게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신진 감독이나 작가에게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업 안정성을 위해 만든 개정안이 오히려 신인 창작자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우려가 있으며, 이는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ET시론]OTT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에서 놓치는 점

합리적인 보상권 도입을 위해서는 국내 미디어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상호 주장이 다르고 누가 옳다 그르다를 논하기보다는 창작자와 제작자 수익 배분 및 노동의 대가에 대한 자본과 노동 거래에 대한 관행을 개선하고, 추가 보상권 도입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안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OTT 등에서 콘텐츠가 매출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는 모델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거래 관행을 고도화, 미디어 산업 전반을 함께 이끌어 간다는 동업자 의식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81@dgu.ac.kr

김용희 교수는=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