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럭셔리 대형 세단 시장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내연기관 시대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벤츠는 전동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전기차 브랜드 메르세데스-EQ를 선보였고 첫 럭셔리 전기 세단으로 'EQS'를 내놨다.
100년 이상 쌓아온 벤츠의 철학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EQS는 첨단 기술을 집약해 럭셔리 전기 세단 세그먼트의 새 기준을 제시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EQS 라인업 가운데 가격이 1억6900만원에 달하는 상위 트림 중 하나인 'EQS 450+ AMG 라인'이다.
외모는 내연기관 세단의 전형적 디자인 요소를 거부하듯 독특한 차체 비율이 눈길을 끈다. EQS는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한 브랜드 최초의 모델이다. 하나의 활과 같은 원 보우 라인과 A필러를 앞쪽으로 최대한 빼 C필러를 뒤에 위치하도록 하는 '캡 포워드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했다. 덕분에 양산차 중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인 0.20Cd를 기록했다. 절제된 라인과 이음새를 줄인 심리스 디자인도 멋스럽다.
전면부는 아치형 벨트라인과 프레임리스 도어 등으로 날렵한 쿠페 실루엣이다. 메르세데스-EQ 패밀리룩인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과 삼각별 엠블럼이 벤츠의 일원임을 강조한다. 블랙 패널 뒤편에는 초음파와 카메라, 레이더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위한 다양한 센서를 넣었다. 디지털 라이트는 밤길에 밝은 시야를 제공한다.
실내 역시 전기차 전용 모듈형 아키텍처의 유연성을 살렸다. 대시보드 전체가 디스플레이가 되는 MBUX 하이퍼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요소를 구현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 변속기 터널이 위치했던 곳에는 새로운 센터콘솔 디자인을 적용했다. 센터콘솔 전면부가 계기판과 연결돼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공간을 연출했고 하부에 수납공간을 확보했다.
MBUX 하이퍼스크린은 신선한 디자인 충격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중앙 디스플레이까지 3개의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통합된 MBUX 하이퍼스크린은 폭이 141㎝에 달하는 곡선형 패널이다. 중앙과 조수석 디스플레이에 액티브 OLED 픽셀 기술을 사용해 선명하게 색상을 구현한다.
MBUX 하이퍼스크린은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탑재했다. 제로-레이어 기능을 통해 사용자 상황에 따라 접근성이 뛰어난 위치에 주요 기능들을 배치한다. 내비게이션이나 전화, 엔터테인먼트 등 운전자별로 사용 빈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상위 메뉴로 보여준다. 겨울철 정기적으로 온열 마사지 기능을 사용한다면 온도가 낮을 때 자동으로 온열 마사지를 켜도록 제안한다. 대형 스크린임에도 주행 중 세부 목록을 탐색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안녕, 벤츠'라고 말을 걸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필요한 기능을 알아듣고 수행한다. 운전 중 별도의 조작 없이 시트 마사지 기능을 켜거나 선루프나 창문을 여닫을 수 있어 편리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EQS 450+ AMG 라인은 107.8㎾h의 넉넉한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동안 시승했던 전기차들의 주행거리가 400㎞ 전후였던 것과 달리 EQS는 478㎞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달릴 일이 많진 않지만, 충전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적었다.
시승 당일 배터리가 90% 이상 충전된 상태에서 계기판으로 표기된 주행거리는 550㎞에 달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쉽게 주행거리가 하락하지 않아 상황에 따라 500㎞ 이상 주행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최적화된 배터리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덕분에 최저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지금과 같은 겨울철에도 인증 주행거리와 실제 주행거리 오차가 크지 않다.
충전 속도 역시 빠르다. 급속 충전기로 최대 200㎾까지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0분이 소요된다. 힘도 부족함이 없다. 리어 액슬에 탑재한 전기 파워트레인(eATS)은 245㎾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565Nm으로 정지상태에서 100㎞/h를 6.2초 만에 주파할 만큼 경쾌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을 이용해 에너지 회생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회생 제동은 네 단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질감이 적어 부드러운 승차감을 헤치지 않았다. 아울러 다이내믹 셀렉트로 파워트레인, 변속기, 서스펜션까지 원하는 대로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최대 4.5°의 조향각으로 차체 조작을 돕는다. 회전 반경이 감소해 주차는 물론 유턴이나 좁은 골목길을 주행할 때 편리했다.
승차감은 S클래스가 부럽지 않다.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운전 조건과 속도, 하중에 따라 서스펜션을 자동으로 조절해줘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각 휠을 개별적으로 통제하고, 레벨 제어 시스템의 정교한 센서를 통해 주행 속도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을 조절한다. 스포츠 모드에서 120㎞/h 주행 시 차체가 20㎜ 낮아져 공기 저항을 줄이고, 다시 80㎞/h 이하로 속도를 줄이면 차체 높이가 기본 위치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고가 전기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세심히 개선해야 할 점도 보인다. 정숙한 전기차의 특성 탓인지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과속 방지턱을 넘자 차체 앞쪽에서 '찌그덕' 소리가 반복됐다. 일정 시간 주행 후에는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와이퍼는 유리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소음을 유발했다. 물론 시승차 만의 문제일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차량을 점검해보겠다고 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