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3세 경영 구도가 본격화됐다. 롯데와 CJ는 올해 정기인사에서 나란히 그룹 장남을 승진시켰다. 이들에게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핵심 역할을 맡기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보가 상무로 승진했다. 상무보로 승진한 지 반년 만이다. 신유열 상무는 롯데케미칼 일본 도쿄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신소재·에너지 등 그룹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신 상무는 당분간 일본에 머물며 기초소재 분야 신사업 발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선다. 그룹 관계자는 “신유열 상무는 수소에너지, 전지소재 분야 신사업 발굴 공로와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인정받아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신 상무의 행보는 부친 신동빈 회장과 꼭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일본에서 학사를 마치고 컬럼비아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밟았다. 일본 노무라 증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점도 같다. 신 회장 또한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신 상무는 올 들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잦아졌다. 지난 8월 신 회장 베트남 에코스마트시티 출장에 동행했다. 9월에는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했고 경영진과 함께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와 롯데백화점 등 현장도 방문했다. 일본에 국한됐던 경영 행보를 국내외로 넓혀 대내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승계를 앞둔 역할 확대라는 시선도 있다. 신 상무는 현재 일본 국적으로 아직까지 지주사 또는 계열사 지분이 전혀 없다. 병역문제도 남아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국내 병역법 상 만 38세가 되는 2024년에 병역 의무가 면제된다. 재계에서는 그가 귀화문제와 병역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내후년부터 롯데그룹의 승계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재현 CJ 회장의 맏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말 임원(경영리더)으로 승진한 그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 글로벌 식품 사업을 총괄하는 식품성장추진실장으로 보직 변경됐다. 그간 미주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한 이 실장은 향후 아태·유럽 지역까지 아우르는 CJ 글로벌 식품 사업 전략 전반을 관장한다.
1990년생인 이 실장은 지난 2013년 CJ제일제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바이오사업팀, 식품전략기획팀을 거쳤다. 지난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 부장으로 복귀한 후 비건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씨는 지난해 11월 육군으로 현역 입대했다. 정 씨는 지난 2018년 신세계 조선호텔에서 한 달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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