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로봇이 나온다면 어떨까. 인간은 몸에 상처가 나면 이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한다. 깊은 물속이나 먼 우주 등 인간이 개입하기 어려운 곳에서 활동하게 될 미래의 로봇은 이제 자신의 상처까지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뉴욕 코넬대 연구진은 최근 손상을 감지하고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리는 로봇이 더 많은 기능으로 더 오래 작동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문제는 로봇을 장시간 작동시킬 경우 손상이 누적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들이 스스로 손상을 수리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수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로봇이 실제로 치료해야 할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연구진은 소프트 로봇과 함께 관련 부품에 적용 가능한 신축성 광섬유 센서를 사용했다. 로봇 다리에 퍼져 있는 관을 통해 발광다이오드(LED) 빛이 흐르고, 외부 자극으로 로봇에 변형이 생기면 빛의 세기가 변한다. 포토다이오드는 세기가 변하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로봇 피부는 폴리우레탄 우레아 엘라스토머로 만들어졌다. 이 소재가 빠른 치유를 돕는다. 피부가 잘리면 노출된 면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분자 간 사슬이 결합하며 치유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거쳐 '동적 감지를 위한 자가 치유 라이트 가이드(SHEaLDS)'를 만들었다.
기술 시연을 위해 연구진은 다리가 네 개 달린 불가사리 모양의 로봇에 SHEaLDS를 설치하고 피드백 제어장치를 장착했다.
이후 연구진은 로봇의 다리 중 하나에 총 6번 구멍을 냈다. 로봇은 손상을 감지하고 약 1분 만에 각각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다.
로봇은 감지한 손상의 정도에 따라 걸음걸이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기도 했다. 오른쪽 다리에 구멍을 냈을 땐 위험 요소를 피하며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왼쪽 다리에 상처를 냈을 땐 경로를 오른쪽으로 조정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은) 인간의 육체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베인 상처는 잘 치유할 수 있지만 산(酸)이나 열로 인한 손상은 화학적 특성이 변해 잘 치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SHEaLDS를 촉각 현상을 인식하는 머신 러닝 알고리즘과 통합할 계획"이라며 "궁극적으로 자가 치유가 가능한 동시에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