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김태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친환경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식물 바이오매스로부터 고부가가치 원료인 리그닌(lignin)을 효과적으로 검출하는 새로운 고감도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리그닌은 목재, 대나무, 짚과 같은 목화(木化)한 식물체 20~30%를 차지하며 향기를 내는 고리 모양 고분자 화합물이다. 바이오 플라스틱, 의약품, 화장품 등의 원료로 이용한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9억 달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친환경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리그닌을 식물체에서 분리하는 방법에는 주로 △식물체 내의 다른 성분을 분해, 제거해 리그닌을 불용성 잔유물로 남게 하거나 △리그닌을 가용성으로 용출시키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적은 양의 리그닌은 매우 복잡한 혼합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검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바이오매스에 들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리그닌 분해 산물을 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리그닌 성분을 최대한 정확하게 알아내기 위한 분석법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전기분무 이온화 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다양한 리그닌의 질량과 구조를 매우 적은 양으로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고감도 분석법을 개발했다.
바이오매스 분석을 위한 최적 조건을 찾기 위해 다양한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용매 첨가물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기존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분석법에서 주로 사용되는 암모늄염 대신에 식초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이용하면 리그닌의 신호가 평균 4배, 최대 13배 이상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아세트산 첨가제로 인해 향상된 감도 덕분에 기존 방법으로는 규명할 수 없었던 리그닌 분자의 정확한 구조를 규명하여 화학 원료 후보 물질을 발굴할 수 있었다. 새로 개발한 분석법으로 실제 볏짚에서 추출한 리그닌의 분해 산물을 규명하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볏짚을 분해해 나온 성분 중 바닐라 향료인 바닐린을 비롯해 총 6종의 리그닌의 종류와 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석법을 이용하면 리그닌 분해 산물의 종류와 함량을 보다 정확히 파악해 더 많은 종류의 화석 원료 대체 물질을 리그닌으로부터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분석법은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될 수 있는 미량의 유해 성분을 찾아내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에 새로 개발한 분석법은 식물 바이오매스 내 고부가가치 원료인 리그닌의 종류와 함량을 보다 정확하게 알아내 다양한 친환경 원료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활화학제품에 포함될 수 있는 미량의 유해 성분을 찾아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생활화학제품 내 유해물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체에 노출될 수 있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고감도로 검출해냄으로써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주도하고 송우영 박사후연구원과 박혜진 석사과정 졸업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크로마토그래피 분야의 권위지인 '크로마토그래피 저널 A' 온라인에 게재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