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TV, 스마트폰 등 세트 수요가 성장할 모멘텀이 없다. 세트 기업이 쌓아 둔 재고 영향으로 패널 가격도 하락세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시장 침투도 위협적이다.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는 새해에도 '버티기 모드'로 살얼음판 위를 걸어야 한다. 다만 IT용 애플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 예고는 희망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오는 2024년의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차별을 둔 기술 확보와 차량용, 확장현실(XR) 등 신시장 창출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 디스플레이 수요 상반기 '바닥'
디스플레이는 새해 상반기에 수요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과잉 상황인 데다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하다. 올해 평판 디스플레이 역사상 처음으로 면적 수요가 역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패널사가 가동률을 조절했음에도 재고 수준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면서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 영향으로 수요가 크게 부진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상황은 최악이지만 기업별 분위기는 다르다. 디스플레이 보릿고개를 예상하고 중소형 OLED 위주로 재빠르게 사업을 재개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최대 실적을 찍는다. 전방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애플 초고가 아이폰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이다. 채산성이 악화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일찌감치 정리한 것도 한몫했다. LCD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이고 중소형 OLED 비중이 작은 LG디스플레이는 연간 적자가 불가피하다. 중장기로 LG디스플레이는 LCD 완전 철수하며 연착륙해야하는 과제에 놓였다.
새해에는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이 소폭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옴디아 '디스플레이 중장기 수요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새해 디스플레이 면적 수요는 올해 대비 6.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갈 길 잃은 대형 OLED…중소형 강화 '특단책'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TV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재고 영향으로 가동률도 최저점이다. 전문가들은 새해 대형 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호 DSCC 이사는 “새해에는 특히 대형 디스플레이가 성장할 요인이 없다”면서 “패널업계는 가동률을 점차 높이면서 수익성을 개선해야 새해에는 어 느 정도 사업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새해 중소형 OLED 시장 침투율을 확대한다. 신사업인 확장현실(XR)과 차량용 디스플레이 위주로 사업을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대형 OLED는 TV 시장이 성장할 모멘텀이 없는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QD 디스플레이 시장 침투를 확대할 세트 기업의 결단이 필요하다.
김기현 스톤파트너스 이사는 “TV 세트 기업이 명확한 구매 시그널을 주지 않는 한 패널 기업이 대형 사업을 공격적으로 강화하거나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시장 규모가 가장 큰 핵심 기업에 대한 중소형 OLED 공급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중소형 대규모 투자 사실상 중단
업계는 첫 OLED 패널을 탑재한 애플 아이패드에 거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2024년에 애플이 출시하는 아이패드는 새해 추가 신규 투자 없이 현재 생산 라인을 활용할 것이 유력하다. 30조원 가까운 현금을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도 중소형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6세대 A3라인을 개조, 새해부터 아이패드용 OLED를 양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오는 2024년까지 중소형 OLED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애플에 선투자를 받지 않는 한 현재 회사 재정 상황에서 새해에 대규모 추가 투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는 2024년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2027년께 출시할 첫 OLED 맥북(노트북)과 OLED 아이맥(PC) 대응을 위한 투자다.
소부장 업계 여파도 크다. 특히 장비업계는 대규모 장비 발주가 지연되면서 자구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그나마 소재업계는 스마트폰보다 면적이 큰 OLED 아이패드 출시가 다가오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 차량용·XR…신사업 출구전략 본격화
패널업계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확장현실(XR) 등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게이밍 OLED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 앞선 OLED 기술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변화한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에 투명 OLED를 상용화하고 적용 분야를 사이니지에 이어 모빌리티, 건축 인테리어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게이밍 OLED 시장도 매해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메타버스 기기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VR, AR, XR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러 글로벌 빅테크와 XR 디스플레이 기술 협력을 이어 가고 있다.
고부가 제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경쟁력도 강화한다. 멀티폴더블, 슬라이더블 등 폴더블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최고 경쟁력을 앞세워 고부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시장은 매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디스플레이가 국가 첨단전략 기술에 포함된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세제 혜택 포함 여부가 실질적인 기업 혜택과 투자 심리 자극 요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