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2'가 13년 만에 개봉돼 화제다. 윌리엄 깁슨의 첫 작품 '뉴로맨서'(Neuromancer, 1984)가 효시인 '사이버펑크'(Cyberpunk)는 발전을 거듭해 공상과학(SF) 분야에서 가장 큰 장르, 가장 많이 영화로 제작된 문제적 장르다. 애플 TV+가 새해 '뉴로맨서'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에 기대가 크다. 깁슨은 1980년대 전자게임에 깊이 몰두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미래 인류의 모습을 상상했다. 깁슨은 사람들이 단순히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뇌신경망이 자판과 조이스틱을 통해 게임기의 전자회로에 실제 연결된 것으로 보았다. 그들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변신해서 환생한 새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보았고, 그 삶의 공간을 상상해서 '사이버 스페이스'로 명명했다. 전자회로 속 그 어디에도 '물리적 공간'은 존재하지 않지만 오늘날 모든 사람의 삶터인 스마트폰 속의 어딘가에 있을 '가상공간' 개념은 이렇게 탄생했다.
포나(PONA; People of No Account)는 사이버펑크 계열 문학에서 가장 천한 종족을 뜻한다. 인터넷 계정이 없는 존재는 인터넷에 접속마저 차단된, 가장 천한 '불가촉천민'이다. '아바타'(Avatar)는 신(神)의 화신(化身)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대리자'를 뜻한다. '로그인'은 대리자인 '아바타'와 암호로 인터넷 메타버스의 관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는 과정이다. 아이디와 암호로 사람은 기계를 조작하고 기계는 그 명령을 수행하는 단순 관계이던 초기의 '로그인'은 그 개념적 진화의 상상력을 멈추지 않았다. 깁슨은 '뉴로맨서'에서 이미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하고 서로 연결된 '메타맨' 개념을 창안했다. 오늘날 메타버스의 원형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그 전신인 MUD(Multiple User Dungeon) 및 MOO는 메타맨 개념의 형상화로, 국내에서도 초기 '하이텔'에서 텍스트만으로 운영되던 '리니지'로 대중화됐다. '뉴로맨서'의 오마주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는 단순한 자판과 조이스틱의 '약한 연결'인 로그인(log in)을 넘어서는 '강한 연결'로 사람의 뇌에 거대한 전자 침을 직접 삽입하는 전인적 '로그人' 개념으로 진화했다. 이제 접속자는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없다. 아바타와 완전 합체 상태의 '로그人'이다.
예술가의 상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뒤바뀐 역방향 로그人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집 안의 가상세계'인 원격조정기에서 자기 대리자 '로봇'으로 '현실세계'에 로그人한다. 접속자가 로봇의 눈을 통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은 다 가짜다. 바깥세상은 오염되고 위험천만하니 그런 세상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바타'(2009.12.16)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놀라운 로그人을 개념화한다. 이번에는 가상세계도 현실세계도 아닌 외계행성으로의 접속이다. 휠체어 장애인인 '제이크'는 바이오닉스를 통해 배양된 '나비족'의 몸을 통해 외계행성 '판도라'로 로그人, 나비족 '토루크 막토'의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 '아바타2'에서는 이제 '원격조정' 따위는 필요 없다. '아바타2'의 로그人은 배양한 아바타에 1편의 전사자 마일스의 DNA를 직접 심는 것이다. 원격조정자가 없으니 '아바타2'는 '자율성'을 띠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마일스의 아들을 살리려는 마일스 아바타의 감정적 동요는 DNA에서 공격성만 따로 떼어 심을 수는 없었음을 뜻한다. 신의 화신인 아바타는 자율성을 띨까? 자율성 또한 신의 뜻일까? 사이퍼펑크의 효시 '뉴로맨서'는 '신경'과 '예언자'를 뜻하는 'Neuro'와 'Mancer'의 합성어이기도 하고 발음대로 'New Romancer'인 새로운 로망, 새 장르의 탄생을 예언했다. 깁슨의 예언대로 기술을 통해 신의 영역에 조금씩 다가서려는 인간의 욕망과 상상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
정현정 기자기사 더보기